어른이 된다는 건
과거에 어떤 상처를 입었든지,
자기 인생은 자기 책임이라고 인정하고
더 이상 과거에 휘둘리지 않기로 결심하는 일이다.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는 내가 읽은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의 세 번째 책이다.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을 시작으로 <당신과 나 사이>를 읽은 적이 있다. '파킨슨병을 앓으면서도 유쾌한 심리학자가 인생을 즐기는 법 42'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저자는 여전히 "나는 지금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서울병원에서 12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이로 일했던 그녀는 2006년에 한국정신분석학회 학술상을 받았고, 경희의대, 성균관의대, 인제의대 외래 교수이자 서울의대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김혜남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으로 환자들을 돌보았다.
그러나 병원을 개업한 지 1년이 채 안 되었을 때, 그녀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는다. 2001년, 그때 그녀의 나이는 마흔세 살이었다. 너무 억울하고 세상이 원망스러워 아무것도 못한 채 한 달 동안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누워 있는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행히 병이 초기 단계라 아직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나 하루를 살았고, 또 다음날을 살았다.
2014년 병이 악화되어 병원 문을 닫고 치료에 전념하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있다고 말한다. 몸이 굳어 옆으로 돌아눕는 것조차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고통과 고통 사이에는 덜 아픈 시간들이 있어 그 시간에 운동을 하고, 산책을 하고, 글을 쓰고, 중국어 공부도 하는 등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다.
마흔세 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지 23년이 지났고, 앞으로 병이 더 악화되더라도 김혜남 선생은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이 책에는 그녀가 파킨슨병을 앓으며 깨달은 것들과 아들과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파킨스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 지은이: 김혜남
- 초판 1쇄 발행: 2015년 3월 23일
- 발행처: (주)웅진쌍크빅
책 속의 문장들
인생에서의 성공이란 경쟁에서의 승리를 말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자신에게 얼마나 충실했으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얼마나 사랑받고 필요한 존재였느냐 하는 데 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품으며 살아가는 모습이야말로 당신이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다. p 101
샤워를 하다가 보면 문득 팔에 긁힌 자국을 발견할 때가 있다. 언제 긁혔는지도 모를 자국을 보면 그제야 '어디서 이랬지?' 생각한다. 그런데 그때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국은 없어지게 마련이고 나도 그냥 잊어버리게 된다. 어쩌면 현대인들이 무분별하게 '상처'라고 말하는 일들이 그 자국일 수도 있다. 그러니 스쳐 지나가고 그냥 넘어갈 일까지 굳이 상처라고 말하며 인생을 복잡하게 만들지 마라. 상처와 상처가 아닌 것을 구분 짓는 것, 그것은 어쩌면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첫걸음인지도 모른다. p 134
기분 나쁜 일을 당했을 때 우리가 맨 처음 받는 것은 '상처'가 아니라 상처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므로 '느낌'을 상처로 남길지 그냥 상대방에게 돌려주고 머릿속에서 지워 버릴지는 내 선택에 달려 있다. p 141
밥을 먹으면 소화시킬 시간이 필요하듯 뇌도 쉴 시간이 필요하다. 여태까지 들어온 자극이나 머릿속에 쌓인 정보들이 소화될 시간이 있어야 한다. 뇌는 쉬는 시간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자극과 정보들을 내적으로 재배열하고 통합해 어떤 건 걸러내고 어떤 건 의미를 두는 등 사고를 형성한다. 그런데 뇌가 쉬지 못하면 끊임없는 자극에 반응하느라 지쳐 버린다. p 147
우리의 자존감은 타인의 시선을 통해서 형성된다. 자존감이란 말 그대로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인데, 자신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타인의 반응을 보고 알 수 있게 된다. p 151
"당신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인생은 흘러가게 되어 있어요. 당신이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보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고, 당신이 스스로를 실패자로 보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바라보는 시각 말고, 당신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그것부터 결정하세요." p 154
너희들이 언젠가 내게 물었지.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가 진정한 사랑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날지 누가 아느냐고. 그러니까 사랑에 너무 깊이 빠지지 않는 게 똑똑한 거 아니냐고. 그런데 운명의 짝은 불현듯 나타나는 게 아니라 서서히 만들어지는 거란다. 콩깍지가 걷혀도 우리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의 장점과 단점, 약점과 강점 모두 총체적으로 받아들이는 거지. 그래서 사랑을 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나와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아온 사람을 껴안는 거니까. p 195
너희들도 내 나이가 되어 보면 알겠지만 누구보다 높은 직위에 있던 사람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돈을 많이 번 사람도 언젠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은퇴해야 할 시점이 온다. 그때 그 사람의 품위를 지켜 주는 것이 바로 자기실현을 위한 노력 여부란다. 자아를 가꾸기보다 돈과 직위로 자신을 증명하려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내려오자마자 존재 가치를 상실하고 깊은 회한에 빠지기 때문이야. p 232
김혜남 선생은 아들과 딸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이런 사람은 만나지 않는 게 좋더구나'라는 이야기를 한다. 여러 커플을 상담해 오면서 깨달았다는 그 내용의 항목들은 (1 웬만하면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는 결혼하지 마라. 2 느닷없이 연락이 끊기거나 사라지는 사람 역시 피해야 해(이런 사람들은 도박이나 기타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고 말한다). 3 사사건건 확인하고 간섭하는 사람은 의처증이나 의부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하렴.) 등이다.
결혼 선배로서 덧붙이는 말도 있는데, (1 쓸데없는 책임감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마라. 2 '나'만 희생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3 나중에 후회할 행동이나 말은 하지 마라. 4 결혼 생활은 힘든 게 당연하다.)이다.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는 하루하루 잘 버텨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힘들고 외롭지?"라는 안부를 물으며, "모두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위로해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의 오늘 하루도 그리 녹록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행복한 시간들로 물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당신과 나 사이>,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가 전하는 인간관계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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