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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꽃님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내가 너의 행운이 될 수 있을까?

난짬뽕 2024. 7. 2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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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누군가에게 한 사람이 인생을 바꾸는 일을 하라고 한다면 그렇게 힘든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대답할 것이다. 어떤 이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거고, 어떤 이는 내 인생도 힘든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꾸느냐고 물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일이 그저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라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거다. 고개를 젓고 헛소리 말라며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토록 간단한 것이 인생의 비밀이다. 
관심을 가질 것. 너무 쉬워서 아무도 믿지 못하겠지만, 그래서 대부분이 그렇게 하지 않겠지만.   

p 196 

 

이꽃님 작가의 장편소설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을 읽으면서, 이 책은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 아빠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이 책에는 '청소년 권장도서'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 지은이: 이꽃님
  • 청소년 권장도서
  • 1판 1쇄 2020년 10월 19일
  • 펴낸곳: (주)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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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등장인물과 줄거리   

일곱 살짜리에게 어른들은 용감해지라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라고 말한다. 하지만 열다섯 살짜리에게 누가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 열다섯은 그저 공부나 하며 앞으로 뭘 어떻게 하고 살 작정인지 계획을 세우고, 대학 걱정이나 하라고 소리칠 뿐이다.
일곱 살에서 열다섯이 되는 동안 아이들은 수많은 불합리와 잘못된 세상을 만난다.  p 23~24
못난 어른들은 네 앞길이나 잘 챙기라고 할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 생각할 시간에 공부나 하라고. 너나 잘하라고 할지도 모른다. 자신들이 하는 말들이 비겁해지라는, 눈을 감으라는 말인 줄도 모르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들은 시간이 흘러 비겁한 어른이 된다.  p 88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로는 학교에서 단 한 번도 웃은 적이 없고, 누가 말을 거는 것도 싫어하는 자발적 왕따. 그래서 다크나이트로 불리는 최고의 아웃사이더 은재와 뭐 하나 잘하는 것은 없지만 남들이 쉽게 하는, 그저 눈을 감고 귀를 닫은 채 모른 척하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형수, 아들이 백 점을 맞아야 자신의 인생도 백 점이 된다고 생각해서 자신이 놓쳤던 모든 것을 아들에게 거는 엄마로 인해 상처가 쌓인 우영이 등장한다. 


 
더운 날씨에도 언제나 카디건을 입고 다니던 은재가 아파트 어느 집의 창문을 몰래 열고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 형수와 우영은 은재가 남의 집 물건을 훔치려고 한다는 생각에 그다음 날 수업이 끝난 후 은재를 뒤쫓아가게 된다. 그날 역시 그 집의 창문을 몰래 열고 들어가는데, 그곳은 은재의 집이었던 것. 술에 취해 폭력을 가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이웃사람들은 익숙한 듯 외면한다. 

 

"아무것도 못 하지. 근데 그냥 우리가 여기 있다고 얘기해 줄 수 있잖아. 세상 사람들이 다 외면하는 것 같아도 우린 널 이렇게 지켜보고 있다고. 네 걱정 하고 있다고."  p 159

 

우영과 형수는 아빠에게 맞아 온몸에 멍이 든 은재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마땅히 할 수 있는 일들이 없었다. 그동안 은재는 경찰에게도, 다른 어른들과 기관에도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것. 이 날 역시도 아빠에게 폭력을 당하며 차라리 이대로 세상이 끝나버렸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현관문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야, 김은재. 너 데리러 왔어."
 

 

어른들이 부끄러워지는 순간들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의 화자는 조금 특별하다. 운명의 장난, 타이밍, 운, 행운의 여신이라고 불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화자는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소소한 행동들과 숨겨 놓은 감정들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들을 쏟아낸다. 그것은 어쩌면 이꽃님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작은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고, 책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 인생은 늘 엉망진창이지만 혹시 아는가. 이 녀석들의 바보 같은 행동이 엉망으로 엉킨 인생을 풀어 놓을지.
  • 나는 두 녀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그리고 나는 언제고 아직 비겁해지는 법을 배우지 못한 두 녀석의 인생에 타이밍이 되고, 운이 되고, 행운의 여신이 되어 줄 생각이다. 녀석들은 아직 깨닫지 못하겠지만 상관없다. 인생은 길다.
  • 때리고 부수고 몸에 상처를 입혀야만 폭력이 되는 건 아니다. 몸에 손끝 하나 대지 않고도 모든 걸 산산이 부수는 폭력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 나는 안다. 인생은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은 순간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걸.
  • 인생이 당신을 구해 줄 거라고? 개소리 말라지. 인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당신의 인생은 당신이 구해야만 한다. 
  • 인생은 불공평하지만, 불공평한 인생에 손을 내밀어 주는 건 언제나 다시 인간들이다.

 

 이 책 <너에게 행운이 다가오는 중>은 집안에서의 가정폭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온몸이 시퍼런 피멍이 들고, 화상 흉터에 제멋대로 붙은 뼈, 멍든 곳이 다시 또 멍들어 노랗게 말라붙은 피부를 숨기고 있는 딸. 은재의 아빠를 보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하는 분노가 일었다. 

 

하지만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하는 폭력은 이것뿐만이 아님을 우영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매일  공부~ 공부라는 잔소리만 하며 버럭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엄마로 인해 우영은 늘 주눅이 들어 있고, 누군가가 큰 소리로 부르기만 해도 공포를 느끼며 강압적인 불합리한 요구에도 거절하지 못하게 된다.

 

은재의 아빠를 주변에서 보기에는 드물겠지만, 아마도 우영의 엄마들은 너무나도 쉽게 거리에서도 카페에서도 심지어 도서관에서도 어렵지 않게  마주치게 된다. 아이들이 어떻게 되기를 바라기 전에, 먼저 내가 어떤 엄마 아빠이기를 고민해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바탕이 가정폭력을 다루고 있다고 해서 어둡거나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다. 그들 곁에는 언제나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용감하고 씩씩한 반장과 사귀게 된 우영은 이제 입가에 옅은 미소까지 짓게 되는데, 사람의 말이란 별것 아니면서 동시에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반장의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에게 행운이 다가오는 중>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의 주인공인 은재와 형수와 우영이에게도 행운이 다가오는 중일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괜찮은 어른이 될 준비를 하며 성장해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을 어른들이 방해만 하지 않으면, 아마도 더 넓은 세계를 꿈꿀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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