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결코 무게로 느껴지지 않기를,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박완서
큰소리를 안 쳐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꼭 그만큼만
아이들을 위하고 사랑하리라는 게
내가 지키고자 하는 절도다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이
결코 무게로 그들에게 느껴지지 않기를,
집이,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중에서
반응형
박완서 작가의 혜안과 따스한 위로
박완서 선생님의 책은 너무 일방적으로 읽어 내려가기만 하면 마음에 과부하가 생긴다. 천천히 그 문장을 음미하고, 어휘 하나에도 숨을 들이마시며 내쉬기를 반복하다 보면 그제야 "아~ 그렇지~~~." 하는 여운이 다가온다.
이 책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역시, 바로 그러하다. 읽는 속도에만 집중하다 보면 문장 사이사이에 스며있는 삶에 대한 애정과 겸손함, 슬픈 아픔과 홀로 서는 용기 등의 진면목을 제대로 만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박완서 작가만이 건네주는 따뜻한 시선과 위로를 그냥 지나치고 만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1977년 초판 출간 이후 2002년 세계사에서 재출간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전면 개정판이다. 70년대부터 80년대를 거쳐 90년도에 이르는 박완서 작가의 산문들을 만날 수 있다. 1971년부터 1994년까지의 세월을 입은 45편의 에세이와 더불어 미출간 원고인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 한 편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 지은이: 박완서
- 초판 1쇄 발행: 2024년 1월 22일
- 펴낸곳: (주)세계사컨텐츠그룹
이 책을 읽다 보면, 박완서 작가가 여생을 보냈던 아치울 마을의 노란집이 연상이 되는 듯하다. 그곳에서 사용하시던 물건들과 소중한 손편지와 육필 원고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다.
책을 읽고 계신 모습의 사진도 볼 수 있는데, 나는 환하게 웃으시는 아래의 사진들을 통해서 생전의 박완서 선생님의 따스했던 표정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박완서 작가 소개
1931년 경기도 개풍군에서 태어나 소학교를 입학하기 전 어머니, 오빠와 함께 서울로 상경했다. 숙명여고를 거쳐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지만, 6. 25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1953년 결혼하여 1남 4녀를 두었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불혹의 나이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2011년 1월 담낭암으로 타계하기까지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며 40여 년간 80여 편의 단편과 15편의 장편소설을 포함, 동화, 산문집, 콩트집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남겼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산문학상, 중앙문화대상, 현대문학상, 만해문학상, 인촌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2006년 서울대학교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타계 후에는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 되었다.
그러나 무슨 재주로
사람이 집어먹은 세월
다시 토해 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결코 세월을 토해 낼 수는 없으리란 걸,
다만 잊을 수 있을 뿐이란 걸 안다.
내 눈가에 나이테를 하나 남기고
올해는 갈 테고, 올해의 괴로움은
잊혀질 것이다.
나는 내 망년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한
만추국을 갖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고추와 만추국' 중에서
박완서 에세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작가의 글은 화려하지 않다. 화려한 치장 없이 담백하고 말끔하다. "오래 행복하고 싶다. 오래 너무 수다스럽지 않은, 너무 과묵하지 않은 이야기꾼이고 싶다."라고 말씀하시던 생전의 모
breezehu.tistory.com
'그 모든 아름다움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한 스푼 그림 한 모금, 나태주 시집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86) | 2024.10.02 |
---|---|
이꽃님 장편소설 <죽이고 싶은 아이>, 진실과 믿음에 대한 질문들 (100) | 2024.10.01 |
다중우주의 비밀을 양자역학으로 파헤치다,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 (112) | 2024.08.02 |
내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세 가지의 힘, 사이토 다카시 <일류의 조건> (100) | 2024.07.27 |
이꽃님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내가 너의 행운이 될 수 있을까? (107) | 2024.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