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시도,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 피아니스트 송세진

'영혼의 소리를 지닌 연주자'라는 수식어가 뒤따르는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과 '소리의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송세진은 자매 음악가입니다. 러시아 음악을 가장 잘 연주하는 음악가라고 인정받는 그들의 음악적 철학은 늘 사람들을 향해 있습니다. 지난 2013년 2월 유쾌하고도,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감동을 받은 두 연주가들과의 만남을 소개합니다.

 

 

남다른 시도, 새로운 발자취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 피아니스트 송세진

 

 

음악으로 샘솟는 축제의 자리에는 그녀들이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과 피아니스트 송세진은 서로의 연주활동을 격려하고,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의미 있는 콘서트를 함께 선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고민을 나누는 두 살 터울의 정겨운 자매이기도 하지만, 무대에서는 날카로운 시각으로 아주 사소한 일까지도 조언해주는 든든한 동반자이다. 함께 있어 더 깊은 시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그녀들의 달콤한 음악의 향연 속으로 빠져든다.

글 엄익순

 

 

그들이 바로 러시아 음악의 정통 연주가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의 무대는 한 폭의 그림을 보고 있는 듯하다. 지그시 두 눈을 감은 채 연주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각기 다른 자화상이 선율에 묻어난다. 한 곡의 음악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끼게 하는 매력이 그녀의 연주에 숨어 있다. 1992년 예원학교 1학년 재학 중, 한국인 최초로 모스크바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부속 중앙음악학교에 입학하여 러시아 볼고그라드에서 열린 제1회 국제 청소년 콩쿠르 심포니아 현악 부문 2등을 비롯, 제4회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콩쿠르 현악 부문 1등 없는 2등으로 입상하며 한국인 최초로 러시아 콩쿠르 입상자라는 영광을 안았다. 한번 연습한 작품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어버리지 않을 만큼 음악적인 재능이 빼어나며, 활을 눌러 하나씩 끊어서 소리를 내는 업스타카토 기법을 독보적으로 잘 연주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의 연주는 러시아의 광활하고 음울한 음악 세계를 강렬하면서도 단호하게, 한편으로는 지극히 섬세하게 표현해 내어 '영혼의 소리를 지닌 연주자'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만 4세 때 취미로 바이올린을 배우게 된 언니 옆에서 동생 역시 같은 나이에 피아노와 만나게 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언니와 함께 유학을 떠난 송세진은 1994년 신시내티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입상에 이어 2001년 모스크바 라흐마니노프 기념 국제 콩쿠르에서도 1위에 올랐으며, 모스크바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을 수석 졸업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동 음악원에서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의 피아노 세계>로 음악박사를 취득한 송세진은 러시아 피아니즘의 정통 계승자로서 러시아 특유의 세밀하고 정확한 리듬감과 파워풀한 터치로 최고도의 난해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소리의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러시아 연주자들보다 러시아 음악을 더 잘 이해하고 표현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2007년부터 현재까지 슬라브 음악 국제 콩쿠르와 이슬라메이 러시아 피아노 콩쿠르의 심사위원이며, 2011년부터는 오픈 유럽 페스티벌 심사위원으로도 위촉되었으며, 2012년에는 러시아 슬라브 재단 재정 공로메달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사진 이준용

 

피아니시모 안에서 다시 열 개의 피아니시모를 표현해낼 만큼 송세진의 연주는 깊이 있다. 많은 피아니스트들의 장점만을 고루 갖고 있는 것 같은 천재성이 느껴진다고 언니 송원진은 애정 어리게 동생을 칭찬한다. 피아노 페달이 닿는 카펫의 한 부분이 닳아 없어질 만큼 송세진은 늘 연습에 몰입한다. 심지어는 유학생활 중 너무 많은 연습으로 두 팔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을 때에도 팔에 보드카를 뿌리고 랩으로 감은 채 연습할 정도로 의지가 강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고 한다. 모스크바에서 보낸 17년. 송원진과 송세진은 한국을 넘어 러시아 음악을 가장 잘 연주하는 음악가가 되었다. 

 

국내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향연, 착한 콘서트

러시아에서 아끼고 사랑했던 두 명의 연주가이자 자매. 그녀들이 모스크바에서 정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최고의 대우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송원진과 송세진은 2008년 화려했던 모스크바에서의 생활을 뒤로 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항상 동생과 얘기했던 것이 있었어요. 우리가 그동안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만큼, 기회가 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음악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자는 것이었죠." 

 

 

그 마음으로 귀국한 그들의 행보는 신선하면서도 착실했다. 전주 한옥생활체험관에서의 음악회를 기획한 것이었다. 한옥의 마당에서 펼쳐지는 클래식 연주회. 송원진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완주하며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다. 상상만으로도 정말로 아름다운 이 음악회는 2008년 이후 2012년까지 '송원진, 송세진이 들려주는 불멸의 사랑이야기'라는 이름으로 매년 열렸으며, 2013년 역시 가을에 시즌 6의 주제로 다시 만날 수 있게 된다. 

 

"어느 장소에서 연주를 하든, 또한 어떤 분이 오셨든지 간에 모두 저희 음악을 듣기 위해 오신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예술의전당에서의 음악회든, 한옥마을에서의 연주든 저희 음악의 본질이 변한다는 것은 결코 말이 되지 않아요. 항상 한결같이 최선을 다하는 거죠. 러시아에서 공부할 때 음악원에 계신 교수님들은 모두 유명한 연주가셨는데, 그분들은 화려한 공연장이나 규모가 작은 갤러리, 혹은 병원 등 장소나 청중들의 신분에 상관없이 언제나 최선을 다하셨어요. 저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이들은 2013년 한 해 동안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이라는 제목의 콘서트를 매월 세 번째 일요일에 열고 있는데, 놀라운 것은 콘서트의 티켓 가격이 5천 원이라는 것이다. 물론 입장료 수익금 전액은 어려운 가정의 청각장애 어린이들의 보청기 지원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음악 안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있음은 물론 국내 클래식 무대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들이 거듭되고 있다. 지난 2013년 1월 21일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 두 자매의 음악회 '20년 전 모스크바에서'도 놀라움은 계속되었다. 입장권 가격이 R석 5만 원과 S석 5천 원으로만 명시되어 있었다.

 

"연주를 들었을 때 다시 그 음악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연주회를 아주 착한 가격으로 진행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정말 듣고 싶은데 경제적으로 부담이 커서 공연에 오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고, 또 클래식 음악은 어려서부터 많이 들어야 친해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와서 즐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 끼 식사 값과 비슷한 착한 티켓을 시도하게 된 것입니다. 관객들에게 폭넓은 선택을 드리고 싶었어요."

 

음악으로 샘솟는 존재의 기쁨

"러시아 유학 시절 메르시아노프 교수님이 계셨는데, 당신의 80세 생일을 기념하여 연주회를 하셨죠. 귀도 잘 들리지 않고, 거동도 불편하셨기 때문에 당연히 전성기 시절의 테크닉은 나올 수 없었어요. 그러나 그 연세에도 자신만의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분의 인생이 늘 피아노와 함께였다는 것을 말하는 거죠. 언니와 제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 교수님처럼 이 생이 다할 때까지 꾸준히 연습하고 연주하면서 음악과 함께하고 싶다는 소망입니다."

2007년 한국예술평론가협회의 '주목할 예술가상'을 함께 수상한 그들은 2010년 G20 정상회담 때 청와대에서 가진 한·러 회담 기념 초청연주에서도 함께 무대에 올랐으며, '소리선물'이나 '한옥 속 클래식' 공연에서도 늘 같이 호흡을 맞춘다. 현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로 함께 재직하고 있으며, <불멸의 사랑이야기>라는 제목의 음악 에세이를 공저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여자 주인공 두루미의 바이올린 연주를 송원진이, 그리고 송세진이 강마에의 피아노 연주를 맡기도 했다. 

 

사진 이준용

 

늘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성실한 동생을 보며 자신 또한 자극을 받아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언니 송원진은 동생을 칭찬한다. 송세진 역시 늘 가까이에서 언니가 연주하는 현의 소리를 듣게 되니까, 자칫 테크닉 안에 갇혀버릴 수 있는 피아노가 가질 수 있는 많은 음악적 색채감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 항상 언니에게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대학 시절 그들의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고 한다. 연주란,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것인데 만약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음악이 타당성이 있으면 상대방이 듣기가 좋을 것이고, 그러면 너는 그 사람을 설득시킨 것이라고 조언해주셨다고 한다. 언니는 동생에게, 동생은 언니에게 영감을 받고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쩌면 그들 자신들이 서로의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무한한 시너지를 발휘하여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새로운 발자취를 그려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따로 또 같이, 송원진과 송세진은 음악 안에서 함께할 때 더욱 빛나는 존재의 기쁨을 맛보는 듯하다. 멋진 기획력과 시도로 우리나라 클래식 공연 무대에 새로운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과 피아니스트 송세진이 선보일 또 다른 음악의 향연을 기쁜 마음으로 기대한다. 

Vol. 67 MARCH 2013 Music Friends

 

 

우아한 영국의 장미, 재클린 뒤 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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