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음악

전통과 세계를 품은 국악의 미래, 숙명가야금연주단

난짬뽕 2021. 3. 2.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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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가야금연주단이 추구하는 꿈과 도전은 바로 대중과의 소통이라고 합니다. 더 나아가 가야금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겠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1999년 창단 이후 지금까지 그들은 자신들만의 브랜드 콘서트를 선보였고, 여러 가지 특색 있는 음반들도 발매해 왔습니다. 서양의 클래식 음악을, 낯익은 인기 팝송을 우리의 악기인 가야금 선율로 연주하는 모습에 빠져들었던, 2012년 7월 숙명가야금연주단과의 만남을 소개합니다.

 

 

전통과 세계를 품은

국악의 미래

 

숙명가야금연주단

 

 

숙명가야금연주단은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졸업생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1999년 창단된 한국 최초의 가야금 오케스트라이다. 연주곡의 범주를 넓히고, 다양한 이웃 장르와의 통섭을 통해 현대 가야금 음악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 천오백여 년의 가야금 음악의 역사가 숙명가야금연주단을 통해 맥을 이어가고, 재해석되어 세계 속에 가야금의 신세계를 펼쳐 보인다.

글 엄익순

 

 

세상의 모든 음악을 가야금으로 연주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국악계에는 크고 작은 연주 모임이 적지 않았다. 그중에서는 10년 넘게 명맥이 이어져 내려오는 단체가 있는가 하면, 1년도 채 넘기지 못하고 흔적 없이 사라진 소모임도 많았다. 그러한 가운데, 숙명가야금연주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최장수 연주단이 되는 것이 희망이라고 한다. 가야금을 통해 문화의 흐름을 받아들이면서 한국 음악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지금까지 쉼 없이 음악적 레퍼토리를 발굴해 왔고, 그로 인해 지속적으로 도약했다. 1999년 창단 이후 지금까지 정기연주회만 총 14회,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의 주요 도시 공연장을 비롯하여 학교와 소외지역 공간에서 총 240회 이상의 공연이 이루어졌다. 특히 숙명가야금연주단은 국악뿐만 아니라 서양 고전음악과 민요, 대중음악 등을 재해석하여 가야금 선율로 창조해냈다. 비틀스의 '렛 잇 비'나 비발디의 '사계'도 가야금을 통해 연주하였다. 

"우리나라의 오랜 전통을 지닌 가야금을 가지고 왜 그런 시도를 하는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저희는 단지 가야금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가능한 일들을 모두 하고 싶을 뿐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외로울 때, 그리움이 사무칠 때 듣고 싶은 음악이 바로 가야금 연주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울고 웃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아내고, 그 안에서 휴식과 위안을 가야금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작품에 머물지 않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든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고 싶은 것입니다."

 

사진 이준용

 

숙명가야금연주단의 대표인 송혜진 교수는 자신들의 연주가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이로운 음악이 되었으면 한다. 2006년 광고로 제작되어 화제를 모은 '캐논 퍼포먼스 - All for One' 역시 생활 속으로 스며드는 음악을 추구하는 숙명가야금연주단의 도전에서 비롯된 것이다. 광고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가야금과 비보이'라는 새로운 공연 장르를 선보인 신선한 시도였다. 많은 사람들이 가야금 음색에 어색해하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적 흐름 속에서 언제까지 옛것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고 봐요. 그것은 음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옛것을 그대로 지켜가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 벽을 뛰어넘어 전통에 바탕을 두고 보다 창의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 또한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므로 동시대의 음악을 연주할 수도 있고, 150여 년 전의 작품을 연주할 수도 있겠죠. 그것이 바로 대중과의 소통이며, 우리 연주단이 추구하는 꿈과 도전입니다."

 

직업 연주단으로의 도약

현재 숙명가야금연주단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송혜진 대표를 중심으로 18명의 가야금 연주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1대 단장인 김일륜 교수가 창단할 당시만 해도 지도교수의 제자 모임에 가까운 성격이었다고 한다. 재학생들의 연주 활동 경험을 쌓기 위한 취지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이었다. 그 후 김일륜 교수가 다른 학교로 가게 되자, 송혜진 교수가 연주단을 맡게 되었다. 

"저는 실기 교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연주단을 맡는다는 게 큰 부담이었죠. 고민 끝에 연주단을 성공시키려면 학생 연주단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직업 연주단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숙명'이라는 학교 이름이 붙어 있어서 학교 연주단이라고 인식되는 것도 걸림돌이었어요. 그래서 먼저 연주단 사업자등록을 했습니다. 물론 저희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끌어가되, 전문적인 예술집단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였죠. 결국 현재 독립된 연주단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야금으로 세계를 품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지만, 1년에 한 번 열리는 연주회만으로는 실력과 경험을 쌓기에는 부족했다. 연주자들 개개인의 실력도 다르고, 앙상블 역시 호흡이 아쉬웠다. 직업 연주단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상태였다. 우선 송혜진 교수는 졸업생들로 팀을 짜고, 실기 트레이너와 지휘자도 초빙하여 체계적이면서도 강도 높은 연습을 진행하였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연습이 해가 저물 때까지 이어질 때도 종종 있었다. 그렇게 3년간을 혹독하게 연습한 결과, 조금씩 직업 연주단으로서의 모습이 정돈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대신 송혜진 교수는 연주단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 2006년 KBS 국악대상 수상을 비롯하여 2010년에는 대한민국 한류산업대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서울문화재단의 상주예술단체와 서울시 노동부의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어 보다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하게 된다.

 

 

숙명가야금연주단의 대명사가 된 8종의 브랜드 콘서트도 주목할 만하다. 가야금 주법 소개부터 팝과 클래식 음악까지 감상할 수 있는 <For You>는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층에 호응도가 높은 공연이며, 유머러스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훈육상궁의 맛깔스러운 진행으로 왕실의 위엄과 화려함을 음악으로 표현한 <달콤한 하품>은 드라마틱하다. 또한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에 국악기가 만들어내는 기기묘묘한 효과음과 가야금 선율이 어우러진 <떼이루 떼이루 따>는 국내 최초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 가야금 음악극이다.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숨, 쉼 콘서트>는 풍류 가야금의 느린 선율에 맞춰 깊은 호흡과 명상을 할 수 있는 공연이며, <송혜진 교수와 함께하는 렉쳐콘서트>에서는 한국음악의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그밖에 가야금 문학 콘서트인 <문학을 만난 가야금>과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편안한 휴식을 줄 수 있는 <가야금 Party> 등 숙명가야금연주단이 기획한 공연 모두 새로운 전통음악 연주단의 경영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적인 창작 레퍼토리를 엮다

세상의 어떤 음악이든지 가야금을 통해 새로운 감성과 형식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숙명가야금연주단의 노력은 음반을 통해서도 전파되었다. 2006년 발매 이래 국악계 최고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베스트 컬렉션 음반 <For You>를 비롯해 2011년 발매한 <물의 정원>까지 총 7집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고, 가야금 왕실태교 음반인 <달콤한 하품>은 TV 프로그램에도 소개될 만큼 관심을 모았다.

"가끔씩 사람들이 저희에게 물어봐요. 리메이크 연주단이 아니냐고요. 저희가 하는 연주가 진정 한국음악으로서의 의미가 있느냐고도 말하죠. 그것은 숙명가야금연주단이 직면한 한계이며,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연주단의 정체성이 무엇이냐 하는 문제이니까요. 세계 음악 언어를 가야금으로 해석해서 가야금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단지 그러한 새로운 땅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장단을 기반으로 한 창작 레퍼토리를 쌓아가야 하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낍니다. 이번 가을에 발매 예정인 8집 음반인 <피타고라스의 자장가>는 그러한 고민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아요. 이태원 작곡가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는데, 민요를 풀어 새롭게 가야금 연주의 영역으로 개척해 보았습니다. 저희 연주단이 냉정하게 평가되는 또 한 번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설레네요. 저희는 국악을 담당하는 연주단 중 하나입니다. 저희에게는 국악계가 짊어지고 있는 모든 문제를 풀 능력은 없어요. 다만 저희는 저희들만의 길을 갈 것입니다. 저희가 가는 길에서 분명히 사람들은 국악에 대한 관심을 보일 것이고, 관심이 생기면 그 속에서 당연히 수준 높고 예술성이 있는 음악이 태어날 것이고요. 그렇게 저희 연주단은 국악을 개척해 나가는 징검다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음악은 하나의 언어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을 통하게 해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문화가 세계 문화와 만날 때, 숙명가야금연주단의 음악적 언어가 어떠한 역할을 키워나갈지 자못 궁금하다. 더 나아가 세계 속에 한국의 전통음악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숙명가야금연주단의 역할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가야금을 비롯한 우리 국악의 미래를 숙명가야금연주단이 밝게 여는 데 이바지해줬으면, 하는 소망을 건넨다. 

Vol. 60 AUGUST 2012 Music Friends

 

 

 

이화여대 첼로 앙상블 이화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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