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서쪽의 인제와 속초를 잇는 고갯길인 미시령 옛길을 올라가다 보면, 미시령 고갯길의 정상에서 국립공원 설악산, 미시령 탐방지원센터를 만날 수 있다.
미시령 탐방지원센터
- 강원 고성군 토성면 미시령옛길 383
- 09:00 ~ 16:00 운영
이곳은 설악산 국립공원 백두대간 미시령 생태축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문을 열게 되었다. 미시령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으로, 잠시 여유 있게 천천히 둘러보기에 참 좋았던 것 같다.
미시령 큰바람
황동규
1
아 바람!
땅가죽 어디에 붙잡을 주름 하나
나무 하나 덩굴 하나 풀포기 하나
경전의 글귀 하나 없이
미시령에서 흔들렸다.
풍경 전체가 바람 속에
바람이 되어 흔들리고
설악산이 흔들리고
내 등뼈가 흔들리고
나는 나를 놓칠까 봐
나를 품에 안고 마냥 허덕였다.
황동규 시인의 <미시령 큰바람>이라는 시집이 있는 줄, 이곳 전시관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2020년에 개관한 이곳 미시령 탐방지원센터는 한반도의 핵심 축이자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백두대간과 미시령의 역사와 문화를 과거와 현재의 사진 자료들과 함께 전시하며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그 밖에도 인제군과 고성군의 관광과 여행에 관한 안내정보와 올바른 등산문화, 국립공원이 하는 일 등의 내용들도 설명하고 있어 읽을거리가 다양하니 좋았다.
미시령의 산세풍경 가운데, 남편은 촛대바위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래서 나 역시 저 멀리 촛대바위가 보이면, 먼저 안부인사를 건네게 된다. 전시관에서 촛대바위 사진을 보고는 반가웠다.
겨울에 눈이라도 내리면 가장 먼저 전면 통제라는 소식이 들려왔던 미시령 고개.
미시령터널이 개통되고 난 이후에는 미시령 옛길을 넘나드는 차량들의 수가 급감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구불구불한 이곳만의 정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시령 정상에서 날씨가 맑은 날에는 영랑호, 청초호, 신선대, 원암저수지 등 속초 시내까지 한눈에 담을 수도 있으니, 속초로 넘어갈 때 미시령 옛길로 들어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곳 미시령 탐방지원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내려갈 때에는 오른편으로 그 위엄을 드러내는 울산바위의 장관에 가슴이 벅차오를지도. 그러나 안개가 끼고 흐른 날에는 너무 위험하니 운전 시 더욱 조심해야 한다.
고개 너머 바람도 구름도 쉬어가는 미시령 탐방지원센터에서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천천히 길게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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