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나침반/그 곳

시간의 토닥임이 어깨를 다독이는 바람이 되어, 강원도 가는 길

난짬뽕 2024. 12. 2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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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로 향하는 새벽길. 아침이 물들기 전의 도로 위는 한결 여유로웠다. 

 

여행의 행복함은 역시 미각의 즐거움으로부터 출발한다. 가평휴게소에 들러 호두과자와 감자를 사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오랜만에 마셔보는 공차의 피스타치오 밀크티. 펄 대신 나는 코코넛 추가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 음료, 너무 달다. 

 

강원도에 내려갈 때 아침은 늘 이곳 뚜레 한우에서 먹게 된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 분에서 간이 올라간 접시를 내려놓으신다. 

"이제 세 접시밖에 남지 않았어요."

 

이른 시각, 소를 잡으셨다고 알려주셨다. 이 날은 소 잡은 날. 그런 날에만 먹을 수 있는 붉은빛의 간. 함께 나온 기름장. 기름까지 너무 신선했다. 

빛깔부터 고왔던 간은 고소함이 느껴졌다. 내가 지금까지 먹어 본 간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뚜레 한우에서 불초밥을 먹는다는 것은, 아들과 함께라는 것. 지난여름 출국하기 전에는 예정에 없었지만, 혼란스러운 나라 소식에 연말과 연초를 우리와 함께 보내기 위해 아들이 잠시 귀국했다. 

 

육회와 육회비빔밥까지 먹고 난 후, 다시 길을 나섰다. 

 

우리 가족은 울산바위도 좋아하지만, 이 길목에서 만나는 촛대바위도 사랑한다. 촛대바위가 보이면, 늘 "잘 지냈어?" 하는 안부인사를 건넨다. 

저 촛대바위 머리 위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신기하면서도 경이롭다. 

 

우리가 가는 날, 눈이 내린 것은 아니었는데 강풍이 불었다. 맑은 하늘 아래에서 매섭게 불어대는 바람으로 인해, 미시령 옛길은 통제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미시령 터널을 통과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도 그 위엄을 자랑하는 울산바위. 

 

저 멀리 보이는 저 바위도 늠름하다.

 

속초에 왔으니, 시원하게 물회도 한 그릇. 우리는 이것저것 섞인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봉포머구리의 광어만 듬뿍 들어간 광어물회다. 

 

물회를 먹으면서 항상 오징어순대를 곁들이는데, 봉포머구리에서 광어물회만 먹었다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 아바이마을로 오징어순대를 먹으러 가기 위해서였다.

아바이마을 단천식당에서 오징어순대를 맛있게 먹었다. 

 

숙소는 늘 포근해서 좋다. 오늘도 이곳은 만실이라고 한다. 

 

아들이 사준 스타벅스 바닐라 더블샷. 은근 달달해서 기분까지 달콤하게 해 준다. 늘 아메리카노가 아니면 자몽허니블랙티만 즐겨 먹는 남편과 나는 바닐라 더블샷의 달달함에 빠졌다. 

 

성시경이 극찬했다는 전원식당의 두루치기를 맛보기 위해 10시쯤 도착했는데, 너무 늦었다. 오후 4시 15분에나 가능하다고. 아쉬움을 안고 발길을 돌렸다. 

 

일단 만석닭강정 본점에 가서 순살 닭강정을 두 박스 샀다. 차 안에서 닭강정을 입에 넣으며, 다음 행로를 정했다. 

 

이 파도소리, 너무 예뻤다. 부드러운 모래사장, 그 감촉이 따뜻했다. 역시 바다는, 겨울바다가 제일 좋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 다시 바닐라 더블샷으로 충전했다.

 

이제는 내년에나 다시 보자는 인사를, 울산바위에게 건네고.

 

금강산 제1봉 신선봉이 자신도 봐달라고 말한다. 너무 울산바위만 보지 말라고, 나도 있다고. 

 

그래서 신선봉에게도 눈길을 돌렸다. 

 

그래도 어쩌지, 아직까지는 울산바위가 내 맘 속 1순위이네. 

 

그냥 서울로 올라갔으면 아쉬웠을 뻔했다. 

 

용바위식당에서 이 국물을 먹지 않고 간다는 것은. 

 

처음에는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모금씩, 그리고는 양손으로 그릇을 감싸 호로록 마셔야 제맛이다. 

 

매년 찬바람이 불 때면 용바위식당에서는 장작으로 불을 올려 끓인, 차 한 잔이 인기이다. 

치커리, 칡, 구찌뽕, 대추, 엄나무, 가시오갈피, 돼지감자 등을 넣어 끓인 이 차는 맛도 좋다.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숨은 그림 찾기. 빙벽 등반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몇 명일까요. 

 

어둑어둑 날이 저물어가고, 점점 서울이 가까워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남편과 아들이 번갈아 운전을 하는 가운데 나는 뒷자리에서 쿨쿨 단잠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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