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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2024년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오늘, 가만히 귓가에 속삭이는 바람의 말에 귀 기울여 봅니다. 예고도 없이 밀려온 슬픔과 아픔을 마주하면서 그 어떠한 말로도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깊은 애도와 항공사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너무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먹먹하네요. 비통한 마음으로 애도합니다. 올 한 해 모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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