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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6

거침없이 네가 왔다

주말에 시골에 내려왔다. 점심을 먹고 나서 아빠와 함께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했다.  가을인데 한동안 너무 따뜻했던 날씨. 계절의 감각을 잠시 잃어버렸던 날씨가 불현듯 정신이 든 듯, 요 며칠 제법 쌀쌀했다가는 조금 더 차가워졌다. 활짝 핀 꽃은 봄날의 전유물만은 아닌 듯. 가을에도 이렇게 고운 예쁨을 뽐낼 수 있다는 듯이 화단 곳곳에 단아함이 묻어났다.  그런데 너는 누구니.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화단에는 자산홍이라는 이름표가 세워져 있는데, 당신은 꼭 철쭉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 대답이 없다. 언제 피었는지 모를 이 친구 앞에서 나는 혼잣말로 되물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뭐. 반갑다."라고 인사도 건넨다. 누가 지금 부른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외롭게 혼자 피어 있느라고 고..

홍성 남당항에서의 한가로운 오후, 해변을 따라 아빠와 함께 거닐며

지난 주말 시골에 내려가서 아빠와 함께 남당항에 바람을 쐬러 갔다. 남당항은 이번달 말까지 대하축제가 열리고 있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남당항은 바다 매립지에 대규모의 광장도 조성되어 음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해양분수공원도 인기가 많다.  우리들은 횟집 뒤편의 방파제 쪽으로 걸어갔다.  이곳은 분수공원 광장 쪽보다는 한산한 분위기여서, 천천히 여유롭게 걷기에 참 좋았다. 물결 너머 죽도도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안면도까지 보일 만큼 날씨가 쾌청한 오후였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석양도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아빠 손을 잡고 남편과 함께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즈음, 갑자기 주위가 소란해졌다. 여러 분의 경찰들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는 곧 안내방송..

맑은 주말 오후, 아빠와 함께 산책하며

주말 아침, 시골에 내려왔다. 아빠와 점심을 먹고 나서 차에 타기 전, 아빠의 뒷모습을 몰래 찍었다. 아빠가 입고 계신 저 청바지는 아들이 출국하기 전에 할아버지를 모시고 가서 사드린 것이다. 청바지를 입으신 모습이 멋지시다. 날씨도 좋아,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소나무숲길을 산책했다. 남편이 앞서고, 내가 아빠 뒤를 따랐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들을 나누며 아빠와 함께 걷는 길이 좋았다.  걷다 보니 충남보훈관도 보게 되고, 충혼탑도 만날 수 있었다.  전망대는 아니지만, 내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 삽교까지 보이는 듯하다.  이제, 딱 걷기 좋은 계절이 되었다. 햇살도 뜨겁지 않고, 바람도 시원해서 걷는 내내 기분까지 즐거워졌다. 시골에 내려올 때마다 매번 저 산에도 가야지, 하는 생각만~..

엘렌 바스 중요한 것은, 삶을 사랑하는 것

중요한 것은엘렌 바스 삶을 사랑하는 것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을 때에도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불탄 종이처럼 손에서 바스러지고그 타고 남은 재로 목이 멜지라도 삶을 사랑하는 것슬픔이 당신과 함께 앉아서그 열대의 더위로 숨 막히게 하고공기를 물처럼 무겁게 해폐보다도 아가미로 숨 쉬는 것이더 나을 때에도 삶을 사랑하는 것슬픔이 마치 당신 몸의 일부인 양당신을 무겁게 할 때에도,아니, 그 이상으로 슬픔의 비대한 몸집이당신을 내리누를 때내 한 몸으로 이것을 어떻게 견뎌 내지,하고 생각하면서도 당신은 두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듯삶을 부여잡고매력적인 미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그저 평범한 그 얼굴에게 말한다.그래, 너를 받아들일 거야.너를 다시 사랑할 거야.  주말에 시골에 다녀왔다. 시골로 내려가는 길, 하늘에..

아빠는 항상 오늘이 제일 행복하다는 말씀을 하신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남편이 시골에 내려가자고 했다. 나는 사실 얼마 전에 다녀왔고, 또 다음 주에 60여 명이 모이는 시댁모임이 수덕사 근처에서 있어, 그때 겸사겸사 아빠를 뵙고 올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젯밤에 남편이 일이 많아 늦은 밤에 퇴근하고, 월요일에 출장이 잡혀 있어 이번주는 집에서 푹 쉬게 할 마음이었다. 집을 나서기 전에 아빠께 전화를 드리니, 아마도 이번주에는 오빠들이 모두 바빠서 내려오지 않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렇다면 빨리 내려가야지, 하는 생각에 밑반찬을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채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차는 그리 많이 막히지 않았다. 아빠댁의 현관문에 들어서니, 엉~~~ 작은오빠 얼굴이 보였다. "바쁜데 어떻게 내려왔어?" 하는 내 말에,..

때로는 밥 한 끼가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올 때면

지난주 금요일 갑자기 예기치 못한 업무가 생겼고, 토요일 아침부터 회의를 시작으로 엊그제까지 일을 마무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간이 촉박하여 며칠 밤을 새기도 했다. 요즈음 뜻하지 않게 자꾸만 밤샘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재충전이 필요했다. 며칠 휴식시간을 갖게 되었고, 마침 남편도 휴가를 냈다. 우리는 아침 일찍 아빠가 계신 시골로 향했다. 항상 그랬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늘 부모님 곁으로 갔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무슨 힘을 얻는 것 같았다. 특별한 말씀을 듣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고 나면, 다 괜찮아졌다. 남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우리는 엄마의 밥상이 늘 그립다. 이제 엄마의 맛있는 음식들은 그리움 속에서만 만날 수 있게 된 지금. 하늘에 계신 시부모님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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