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음악

기초 문화를 다지는 문화운동, 작곡가 박창수

난짬뽕 2021. 4. 14. 17:37
728x90
반응형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던 작곡가 박창수는 젊은 친구들에게 항상 말합니다. "오래가라, 꾸준하게. 꾸준한 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라고요. 그가 2002년에 시작한 '하우스콘서트'는 지금까지 우리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처음 자신의 집에서 시작된 하우스콘서트는 이제 우리나라 공연문화의 새로운 역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2015년 6월 대학로에서 만난 그는 기획자가 아닌 오롯이 작곡가의 길을 가고 싶어 했습니다.  

 

 

 

기초 문화를 다지는 문화운동,

그 흐름을 따라 음악이 숨 쉬다

작곡가 박창수

 

 

누군가 상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굳이 굳게 닫힌 이 문을 열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생각에만 머물고 실천하지 못했기에 오늘도 그는 묵묵히 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제는 그의 이름 앞에서 떼어낼 수 없는 수식어가 된 '하우스콘서트'. 그렇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의 음악을 향한 창작의 갈증을 느끼는 작곡가 박창수로 기억되고 싶다. 

글 엄익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실험과 도전

실력 있는 연주자들에게는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공연장에 자주 갈 수 없는 관객들은 좀 더 친숙하게 음악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는 것. 2002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박창수가 자신의 집에서 '하우스콘서트'를 열게 된 이유는 바로 이런 희망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1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하우스콘서트는 그의 집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거쳐 아시아를 거점으로 세계무대를 향해 항해 중이다. 2015년 7월 한 달 내내 세계 27개국 154개 도시에서 총 432개 공연이 펼쳐지는 <ONE MONTH festival!>. 7월 1일부터 31일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과 일본, 호주, 영국, 독일, 러시아, 페루 등 세계 곳곳에서 총 1,500여 명의 예술가들이 다양한 장르와 성격의 공연들을 선보이는 이 축제는 문화적 토양을 더욱 비옥하게 만들고자 하는 박창수의 생각에 수많은 국적의 아티스트들이 뜻을 같이 한 결실이다. 

 

사진 더하우스콘서트

 

하우스콘서트가 한국은 물론 이제 세계 문화 환경을 흔들어놓는 한 획을 긋고 있는 것이다. 공연장은 물론 하우스콘서트 형식의 살롱음악회 공간을 포함하여 학교와 미술관, 카페 등 일상의 소소한 공간에서 클래식을 중심으로 재즈와 국악, 실험음악 등의 음악 장르와 무용, 연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이 펼쳐지게 된다. 

 

"예술 그 자체로 고유성을 가지는 순수예술, 즉 기초 문화는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밑그림입니다. 그러므로 기초 문화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곧 우리가 흔히 느끼는 여러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문화의식이 성숙되면 정치, 경제 등 다른 분야도 함께 바뀌고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문화예술'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의 모습은 대중예술만 있을 뿐, 근간이 되는 기초 문화는 존재가치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제시하고 창조해내야 하는 예술가들은 본연의 자세를 잃어버린 채 예술가를 직업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기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감각적이고 직접적이라는 특성으로 대중과 영합하는 대중예술 역시 제대로 된 기초 문화가 받쳐줄 때 그다음 세대의 대중예술도 발전하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7월 내내 축제이자 문화운동처럼 펼쳐지는 'ONE MONTH festival'은 몇몇의 향유자를 위한 공연이 아니라, 사람들의 문화의식 수준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게 되는 멋진 행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초 문화를 다지고자 하는 박창수의 바람이 하우스콘서트라는 작은 공간에서 날아올라 전 세계로 진화해가고 있다. 

 

하우스콘서트는 기초 문화를 다지는 밑그림

컴퓨터, 인스톨레이션, 영상 등을 복합적으로 이용한 총체적인 예술작업과 무용 음악, 연극 음악, 실험영화음악 등의 무대 음악 작업을 병행해온 박창수는 피아노를 배우지도 않은 여섯 살  때부터 악보에 음표를 그려가며 작곡을 하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고 한다. 1990년 도쿄에서의 공연 <레퀴엠>을 통해 퍼포머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은 그는 '전주 국제영화제 - 소니마주', '전주 세계 소리축제 - 무지카 아타락시아', 'Voice of Asia', '프리뮤직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다. 작곡가로서 자신의 창작활동에 여념이 없던 그가 2002년 7월 12일, 자신의 집을 개조까지 하여 마침내 '하우스콘서트'를 열게 된다.

 

사진 더하우스콘서트

 

서울예고 재학 시절, 발표회 준비를 하느라 친구의 집에서 연습을 하던 그는 작은 공간에서 마룻바닥을 타고 울리는 음의 진동에 매료되어 언젠가는 집에서 하는 음악회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한 열일곱 살 때의 우연한 생각이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실천으로 옮겨진 것이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바로 코앞의 공간에서의 생생한 소리의 진동, 그 감동과 전율을 연주자와 관객이 서로의 시선과 호흡으로 직접 나눌 수 있는 '하우스콘서트'는 클래식을 중심으로 국악과 재즈. 대중음악, 실험예술, 인형극, 독립영화 상영 등 다양한 예술분야를 아우르며 우리들에게 다가온 신선한 문화운동이었다. 지원이나 후원을 받고 있는 단체도 아닌 오로지 개인 혼자만의 힘으로 진행되어 왔기에 공연이 이루어질 때마다 힘든 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운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하우스콘서트가 경제논리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단지 연주자와 관객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만을 원칙과 기준으로 삼고 진행해왔다. 

 

"하우스콘서트는 향유하는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전반적인 문화의식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 즉 기초 문화를 다지는 것이 하우스콘서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공연장이라는 대상으로 보다 폭넓게 퍼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죠. 하우스콘서트를 열다 보니, 한국에는 뛰어난 음악가들이 많은 반면 정작 그들이 무대에 오를 기회는 별로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또한 전국에 중극장 이상 규모의 공연장이 400여 개나 있지만 1년에 고작 10번의 공연도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하우스콘서트를 전국적으로 확대시켜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하우스콘서트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글

 

안드레스 세고비아, 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요 나의 왕국이다

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요, 나의 왕국이다 기타리스트 안드레스 세고비아 클래식에 대해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세고비아'라는 어휘가 그리 낯설지 만은 않을 것

breezehu.tistory.com

 

그동안 하우스콘서트는 처음과 변함없는 도전정신과 다양한 실험을 계속해왔다. 일주일 동안 21개 도시의 23개 극장에서 100개의 공연이 열렸던 '2012 프리, 뮤직 페스티벌 - 하우스콘서트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작전'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하우스콘서트의 형식을 극장에 그대로 가져와 관객들을 객석 대신 무대 위에 앉도록 하는 색다른 경험을 안겨줬다. 2013년 7월에는 단 하루, 같은 시간에 전국에서 65개 공연이 동시에 펼쳐지는 '2013 원데이 페스티벌'이 유례없이 진행되었고, 2014년 7월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56개 도시에서 94개의 공연이 일제히 시작된 '2014 원데이 페스티벌 - 한중일 연합작전'을 통해 오랜 시간 정치적으로 얽혀 있는 3국 간의 경계를 허물고 음악으로 하나가 되자는 뜻을 나누기도 했다. 이제 박창수의 하우스콘서트는 전국의 문화예술회관을 중심으로 민간 운영 소공연장과 미술관, 학교, 병원, 군부대 등 다양한 공간에서 공연을 펼치며 아티스트와 관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도모한다. 극장도, 아티스트들도, 그리고 관객들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소통의 의식이 자극을 받고 있다. 

 

작곡가로서의 박창수를 만나다

2012년부터 '하우스'의 개념을 보다 확대시켜 전국 문화예술회관에서 하우스콘서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 1회의 대규모 페스티벌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문화가 있는 날'의 문화예술회관 특별 지원 프로그램 운영을 비롯하여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지역 신진예술가 발굴 및 공연기획 등 다양한 지역에서 문화예술의 기초를 다지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박창수의 하우스콘서트는 지난 2014년 12월부터 대학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가의 집'에서 매주 월요일에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2008년 200회 공연을 기점으로 자신의 집을 떠나 새로운 공간에서 공연을 이어간 하우스콘서트가 대학로에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로는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에요. 그런데 지금의 모습을 보면 상업 문화만 커져 있고, 음악 같은 경우는 완전 전멸된 상태인 것 같거든요. 우선 대학로의 음악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기초 문화를 다져야 할 곳들이 중심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하다가, 이곳 대학로를 살려야 된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입니다."

 

좋은 연주자와 관객이 다양한 무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도록 공연 무대를 만들고, 그 안에서 예술을 함께 느끼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박창수가 꿈꾸는 희망이다. 그래서 몇 년 안에 우리나라 곳곳에서 1년에 5,000개의 공연을 올리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놓았다. 이러한 목표를 향해 그는 매년 아주 특별한 페스티벌로 한 걸음 한 걸음씩 자신의 꿈을 몽상가로서가 아니라 실천가로서 실현시키고 있다. 예술가에게는 예술을 지킬 본연의 임무를, 관객들에게는 좋은 연주와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문화의 균형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 나가고자 하는 그의 바람이 지금보다 조금 더 빨리 결실을 맺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냐하면 '하우스콘서트'의 이름뿐만 아닌, 작곡가 박창수를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옳은 것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세워두고 그것을 실행해나간 하우스콘서트의 모습처럼, 우리 사회의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기관과 관계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예술 안으로 들어올 때 가능한 일들일 것이다.

 

박창수는 공연기획자가 아니라, 작곡가이다. 그에게서 더 이상 창작에 몰두할 시간을 우리 시대가 빼앗지 않았으면 한다. 이제는 작곡가로서의 박창수를 만나고 싶다. 

Vol. 95 JULY 2015 Muic Friends

 

 

< 작곡가, 그들의 이야기 >

 

정글의 세계에서 음악을 설계하는 창조의 마법사, 작곡가 강석희

한남동을 지날 때마다 생각나는 분이 있습니다. 지난 2016년 4월에 찾아뵌 적이 있는 작곡가 강석희 교수님이십니다. 당시 한남동에 자리한 일신홀에서 처음 뵙게 되었는데요. 그곳에서는 현대음

breezehu.tistory.com

 

 

시대와 함께 걸어가다, 작곡가 류재준

작곡가 류재준은 평생 5명의 제자만을 둔 현대음악의 거장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가 인정한 후계자입니다. 스승은 그에게 늘 '사람을 보라'는 말씀을 했다고 합니다. 친일파 음악인 이름으로 상

breezehu.tistory.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