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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교수, 바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흔들리지 않는 등대

난짬뽕 2022. 4. 2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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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흔들리지 않는 등대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현 교수

 

사진_ Hyun

 

며칠 전에 TV를 켰다가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는데요. 이날의 주제가 "이직의 고수들'이더라고요. 작년에 있었던 본방송에 대한 재방송이었는데요. 유재석, 조세호 진행자와 함께하는 한 분의 교수님이 정말로 반가웠습니다. 

 

바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현 교수님이셨는데요. 한국해법학회 회장으로서 우리나라의 해상법을 세계화하여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자 노력하신 교수님을, 저는 2016년에 업무 때문에 뵌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고대 연구실에서 뵌 교수님의 행보는 행복한 바다를 그리는 새로운 탐험이며 도전이었고, 휘몰아치는 비바람을 뚫고 나아가는 해양환경의 미래를 담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교수님이 나온 유퀴즈의 주제는 '이직'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사실 교수님은 이직을 하신 적이 없으세요. ㅎ 왜냐하면 교수님의 삶과 꿈은 언제나 오롯이 바다를 향해 있었거든요. 바다에서 태어나 뱃사람이 되었고, 선장 면허까지 갖고 있는 진정한 바닷사람으로서 그가 직접 겪은 해난사고를 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장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해상법을 공부하게 되었답니다.

 

결국 배를 타는 선장에서 바다와 관련된 학문을 연구하는 교수가 되었으니, 한평생을 바다와 함께 한 것이죠. 그는 우리의 바다를 위협하는 험난한 길목에 서서 변함없이 길을 열어가는 든든한 등대였습니다. 

 

유퀴즈 방송 프로그램의 한 장면

 

선장에서 교수로,

우리의 바다를 지키는 영원한 뱃사람

 

1991년 2월, 하베스트의 좌초는 저의 인생 항로를 바꾸는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선원들 가운데 사상자는 한 명도 없었지만, 선박 전손은 큰 아픔으로 다가왔으니까요. 

호주에서 소송이 진행되면서 선장으로서 증인으로 법정에 설 때, 저는 주변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졌습니다. 


다른 나라 선장들이 변호사로부터 법률적인 조언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선장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해상법을 전공하면 해상 사고를 당한 우리나라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경북 영덕 바닷가 출신인 김인현 교수는 수산업을 하던 집안의 영향으로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후 일본 해운사인 산코라인에서 10년 가까이 항해사와 선장으로 바다를 누볐습니다. 미국 플로리다 탬파에서 인광석 3만t을 싣고 출발해 호주 남서부 에스페란스에 닿을 때쯤, 해도에 기재되지 않은 암초에 걸려 배가 난파되어 화물을 모두 잃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 배의 선장이 바로 지금의 김인현 교수입니다. 그는 선장으로서 보름간 호주 법정에 섰고, 귀국한 후에는 자신과 같이 곤경에 빠진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해 해상법을 공부하기로 결심합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시작한 법학공부, 결국 그는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법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각종 해난사고 소송에 전문가로 참여했고, 목포해양대와 부산대 교수를 거쳐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장을 겸임하며 우리나라의 바다를 책임질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우리 선주와 조선사 사이에 분쟁이 생기더라도, 그 사건을 우리나라에서 맡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영국의 해사중재원에 가야 되거든요. 그러나 한국의 해상법이 발전하면 굳이 외국으로 갈 필요 없이, 우리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손꼽히는 해상법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김인현 교수는 한국 해상법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우리나라의 판례들을 꾸준히 외국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해상법 전문저널에 한국의 대법원 판례를 매년 소개하고 있으며, 한해에 외국 논문을 포함하여 10여 편에 가까운 논문을 발표합니다. 

 

또한 해외 유수의 기관과 대학의 초청으로 해양사고에 관한 사례와 교훈들을 강의하기도 합니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2004~2013년 법학 분야에서 그의 논문이 인용된 횟수가 무려 330회로, 2,558명의 학자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1년 365일, 그의 몸과 마음은 오직 바다를 향해 있습니다. 

 

김인현 교수 / 사진_ 유승현

 

해사전문법원 설립을 향한 첫걸음

 

2016년 2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해사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가 설치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해사/국제거래 전담재판부로, 부산지방법원은 해상/지적재산권 전담재판부로 지정되어 운영될 이 체제는 그동안 해사법원 설립을 위해 달려온 한국해법학회의 수년간에 걸친 노력의 결실이기도 합니다. 

 

해운인뿐만 아니라 법과대학 교수와 변호사 등 일반 법조인들로 구성된 한국해법학회는 1978년에 설립되었습니다. 그동안 해사법 발전의 기초가 되는 해사표준계약서 작성과 해사법 전문가 교육 및 양성, 그리고 우리 해상법의 국내외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해사사건의 분쟁해결에 있어 지나친 외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우리 법원의 국제경쟁력을 키워나가기 위해 해사법원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해사사건을 전담하는 전문 법원이 없고, 해상법 역시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국제적인 신뢰를 축적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바다에서 일어난 사고도 외국의 중재기관이나 영국 해상보험법을 기준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가장 큰 이유는 해운표준계약서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가운데 중국과 싱가포르는 해사분쟁에 관한 사법부의 전문성을 점차 강화해 나가고 있어 자국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의 해상법은 아직까지 과도기를 맞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해상법을 가르치는 교수는 5명 정도. 200여 명이 넘는 중국에 비하면 그 인원이 많이 부족합니다. 해상변호사 역시 싱가포르는 300명가량이지만, 우리나라는 60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2016년 기준)

 

해상법은 주로 선박과 해운을 규율하는 법규로, 운송인과 화주 사이의 문제를 다루고 있죠. 한국의 해운과 무역/조선 분야가 세계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작 우리의 바다를 지키기 위한 해상법은 세계 30위 정도로 그 수준이 높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국외로 유출되는 법률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하루빨리 해사중재기관이나 전문법원을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의 바다와 해양인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사진_ Hyun

 

한국 해상법의 세계화를 실현하다

 

지난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에 관해 국제 유류오염보상기금에서 추정한 피해 금액은 6,013억 원에 달했으며, 1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방제 작업에 매달렸으나 그 피해는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이렇듯 사건이 발생한 경우 선주가 일정 금액을 배상해주고 나면 남은 차액을 국제기금에서 보상해주게 되는데요. 그 절차가 굉장히 길어지기 때문에 어민들의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김인현 교수는 캐나다의 경우처럼 국내 기금을 만들어 피해자에게 먼저 보상을 해준 후에,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국내기금이 피해자들이 가지는 청구권을 대위하여 국제기금의 분담금을 대신 청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합니다. 

 

태안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건 등 해상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특별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듭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혼란들이 반복되고 있는지요. 대형 해상사고 시 바로 적용되는 특별보상규정을 해사안전법 등에 추가하여 규정에 따라 사고 후 국가가 즉각 피해자들에게 먼저 보상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즉, 해상사고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피해보상과 사고 조사를 할 수 있는 상설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사진_ Hyun

 

김인현 교수의 또 하나의 바람은 선진화된 해상법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먼 훗날 정년퇴직을 하고 난 후에는 다시 선장으로서 바다로 돌아갈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파도와 바람을 가르며 뱃머리에서 여명을 바라보던 설렘이 아직도 그의 가슴에 간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새벽 5시에 학교에 나와 밤 11시가 넘어서야 퇴근길에 오르는 김인현 교수는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바다를 지키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가 김인현 교수를 만난 것은 2016년 6월이었는데요. 그 이후로 한국 해상법의 위상이 어떻게 변모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바다와 해양인을 보호하기 위한 발자취들이 위에서 말씀드린 것보다 보다 나은 행보를 해왔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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