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치유하는 가장 친밀한 대화, 피아니스트 오윤주

2016년 10월 성신여대 교정에서 피아니스트 오윤주 교수님과의 인터뷰와 사진 촬영이 진행될 때, 오가며 저희들의 모습을 본 학생들이 교수님께 다정한 인사를 하며 대화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심지어 저 멀리 강의를 들으러 이동 중인 제자들이 달려와서는 또 인사를 하곤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평상시에 교수님이 제자들을 어떤 마음으로 대했는지 다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가는 피아니스트 오윤주 교수님과의 만남을 소개합니다.

 

 

세상을 치유하는 가장 친밀한 대화

피아니스트 오윤주

 

 

또다시 세상의 오늘이 시작되고 있는 지금, 음악을 통한 피아니스트 오윤주의 꿈과 희망은 어제보다 조금 더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날아오른다. 가슴이 파도를 치고, 때로는 마음마저 묶어 놓는 그녀의 피아노 선율은 우리들 인생의 보이지 않는 아픔까지 치유해준다. 시대와 사람을 이어주는 친밀한 대화가 그녀의 음악세계에서 들려온다. 피아니스트 오윤주, 그녀가 교수로 재직 중인 성신여자대학교 음대를 찾았다.

글 엄익순

 

 

모차르트와의 만남, 피아노 소나타 전곡의 향연

지금 여기에 서 있는 우리의 삶 자체는 치열한 시간을 견딘 아름다움의 충만함에서 비롯된다. 그 과정에서 서로 맞닿아 스며있는 지난 시간들에 대한 회상과 다가오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다림이 오윤주의 피아노 선율을 따라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음악은 과거를 담아 현재를 응시하며, 미래를 그린다. 

피아니스트 오윤주의 음악세계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시리즈>에서도 고스란히 만나볼 수 있었다. 'Inspiration of GENIUS(천재의 영감)'라는 이름으로 연주된 작품들은 모두 파리에서 작곡되어, 일명 '파리 소나타'라고도 불리는 곡들로 모차르트의 인생을 반추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Sonata KV 330 in C Major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와 같은 해맑은 곡이며, Sonata KV 331 in Major 3악장은 '터키행진곡'으로 잘 알려진 순수하고 청순한 소녀와 같은 아름다운 멜로디를 갖고 있다. 또한 Sonata KV 332 in F Major는 굉장히 낭만적인 젊은 시절을 연상시키는데, 사랑에 빠진 여인과 역동적인 청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Sonata KV 333 in B-flat Major는 모차르트의 소나타 중에서 제일 유명한 작품으로 형식적으로나 규모면에서 매우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중후한 중년의 성숙미가 느껴진다. 마치 모차르트의 삶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한 기분이 들었던 이번 무대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가 첫 선을 보인 이후 소개된 두 번째 테마였다. 

사진 이준용

 

그녀는 총 4번에 걸쳐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할 예정인데, 매번 시리즈별로 부제가 있다. 'Spirit of Genius'로 소개된 첫 시리즈는 반짝반짝 빛나는 청년기 모차르트의 영혼을 그대로 전달해 주었다. 특히 모차르트의 도시로 유명한 잘츠부르크는 오윤주가 독일로 유학을 떠나 자신의 20대를 보낸 곳이기도 하여, 누구보다도 모차르트에 대한 애정이 크다. 

 

"매일 모차르트 광장을 지나 학교에 갔고, 항상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며 생활했어요. 그래서인지 저랑 무척이나 친숙한 작곡가라 생각되어 줄곧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죠. 그런데 첫 번째 공연에서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주 작은 부분 하나만 잘못되어도 마치 유리에 흠집이 난 것처럼 완성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아, 내가 겁도 없이 시작을 한 것은 아닌지 걱정도 들고요. 두 번째 무대는 지난번보다 더 좋은 연주를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hadow of Genius(천재의 그림자)', 'Reminiscence of Genius(천재의 회상)'을 주제로 모차르트의 슬픔과 상처가 내재된 작품들에 이어 비엔나에서 작곡한 소나타를 중심으로 한 세 번째와 네 번째 시리즈는 앞으로 선보일 계획. 많은 사람들이 모차르트 음악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학창 시절은 나의 음악을 찾아가는 과정

"무대에 오를 때 저는 작곡가가 의도한 바를 최대한 그대로 나타내고자 노력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작곡가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진지하게 공부를 해야만 관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최고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메마른 정서를 환기시키고, 인성을 형성하는 데 음악만큼 중요한 게 없지요."

다섯 살 무렵 어느 날, 옆집에 피아노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이사를 오셔서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집에 있던 피아노 앞에서 마음껏 건반을 누르며 놀았던 피아니스트 오윤주는 곧 잠재되어 있던 실력을 드러냈다. 예원학교를 수석 입학, 졸업하고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로 유학, 20세의 나이로 뷔르츠부르크 국립음대를 수석 졸업하였다. 이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서 피아노와 피아노 실내악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뷔르츠부르크 음악협회 피아노 콩쿠르 1위를 비롯하여 이태리 Marsala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스페인 바르셀로나 마리아 카날스 국제 콩쿠르 2위 입상, 이태리 산레모 클래식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 등 수많은 국제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진 이준용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연주자의 길을 가는 것에 대해서 회의를 느낀 적은 없었어요."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와 서울대 및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하였고, 인제대 교수, 프랑스 Pontlevoy 국제 음악 아카데미, Courchevel 국제 여름 음악 아카데미, 독일 Euro 뮤직 페스티벌 초청교수를 역임한 후 현재 성신여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오윤주는 여전히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며 연습하는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인다. 그녀가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1만 시간의 법칙'. 즉, 하루에 3시간씩 꾸준히 투자하면 10년 후에는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 

 

"한결같은 집중력으로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그러나 저는 스스로 열심히 연주하다 보면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이 될 거라 믿어요. 지금의 제 연주 역시 10년 전보다 조금 더 성숙해졌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독일 Hofer Symphoniker 협연자 오디션에서 우승하여 협연하였고, 체코 Karlovy Vary Symphony Orchestra, 코리아 심포니, 부산시향, 수원시향, 서울챔버오케스트라 및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전국 14개 도시를 순회 협연하였으며, 뉴욕 카네기홀 독주회를 비롯하여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에서의 연주와 독일 바이에른 라디오에 수차례의 방송 녹음, KBS 한국의 음악가 시리즈 녹음, 북독일 방송과 라디오 스위스 로망드에 연주실황이 방송되는 등 괄목할 만한 행보를 그려왔다. 

 

우리나라 악기 교육의 활성화를 지향하다

교육자로서 오윤주가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남다르다. 그녀는 자신의 제자들을 귀한 꽃나무처럼 중히 여긴다. 자신 또한 연주자로서 각종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학생들과의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그 바탕에는 사랑이 존재해야 된다는 것.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너무나 콩쿠르에 얽매여 있다는 거예요. 대회에 나가 꼭 1등을 해야만 무엇인가를 이루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그러나 그것이 연주자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연습을 통해서 자신의 음악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고, 입상 여부와 상관없이 나의 음악을 발견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 이준용

 

독주와 실내악, 협연 등 한 해에 30회 이상 무대에 서며 우리나라 음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오윤주는 실내악에도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금호아트홀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의 창단(2007년) 멤버로 뉴욕 링컨센터 초청 연주를 비롯한 다양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으며, 코리아나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와 트리오 탈리아의 멤버로서 관객들과 소통한다. 특히 지난 2010년 브람스의 현악 소나타 전곡을 하루 2회 공연으로 모두 연주하여 화제를 모은 적이 있는데, 한 작곡가의 바이올린·비올라·첼로를 위한 실내악을 피아노가 중심이 되어 조명하여 클래식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신선한 기획으로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실내악을 한 단계 발전시킨 일이었다.

 

요즘 오윤주는 피아니스트의 뇌와 신체가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기능을 극대화하는지를 뇌과학 측면에서 풀어낸 음악 연주 과학의 선구적 연구자 후루야신이치의 <피아니스트의 뇌>라는 책을 읽고 있다. 공학과 의학을 전공한 저자는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여 오랫동안 피아노 연습법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어 '피아노와 신체의 움직임'에 대해 연구하였다고 한다. 

 

"책을 읽다가 눈에 띄는 문장이 있었어요. '피아니스트는 감성이 풍부한 예술가이자 고도의 신체능력을 지닌 운동선수이며 뛰어난 기억력과 빠른 속도로 방대한 정보를 치밀하게 처리할 수 있는 높은 지성을 겸비한 사람이다'라는 부분이 마음에 남아요. 요즘 학생들이 졸업연주를 준비하느라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 문장이 떠올라 읽어주며 말했죠. '너희들은 지성과 감성, 그리고 신체적 능력까지 뛰어나니 자부심을 갖고 연습하라'고 용기를 주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악기를 배우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지능이 발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죠. 비단 피아노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악기 교육이 보다 활성화되면 좋겠습니다."

 

피아니스트 오윤주는 기성 음악인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것은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한 후에 마음껏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들의 연주활동을 위해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지 고민하는 오윤주가 오롯이 그 해답을 찾아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의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기를 기대한다. 

Vol. 111 NOVEMBER 2016 현대음악 <뮤직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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