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과 울림> 이 책은 경향신문에 연재한 '김상욱의 물리공부'를 기초로 하고 있다. 다른 매체에 쓴 여러 글을 모아 녹여서 완전히 새로운 결과물을 탄생시켰다고 저자인 김상욱 교수는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물리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들을 소개하고, 그가 보는 물리의 모습을 인문학의 느낌으로 보여주고 있다.
군대에 가 있는 우리 아이는 인문학적 성향이 매우 강한 공대생이다. 입대하기 전까지 과외를 하면서 여러 명의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특히 많은 유학생들이 아들에게 물리수업을 받기를 원했다. 자신들이 희망하는 해외대학의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다른 과목과 함께 물리 시험에서 꼭 A+을 받아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과목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왜 많은 학부모들이 아들에게 물리 과외수업을 원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어느 날 아들에게 '물리'라는 학문의 매력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그에 대한 아들의 대답은 이러했다.
"물리를 공부하면서 일상생활에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어떠한 원리로 작동되고 이루어지는지 알게 되었어. 수학에서의 정의는 맞는 걸 증명하는 것이지만, 물리학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궁금해하고 밝혀내는 것이라고 생각해. 이러한 차이점이 물리에 대한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 주었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과 운동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아."
이과적 성향이 단 0.00001%도 없는 나는 아들의 말을 온전히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이 책 <떨림과 울림>의 첫 장을 펼치면서 문득 예전에 아들이 들려줬던 그 말이 떠올랐다.
세상은 볼 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하다.
인간은 울림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
김상욱 박사는 자신이 물리학을 공부하며 느꼈던 설렘이 다른 이들에게 떨림으로 전해지길 바란다며, 울림은 독자의 몫이라고 말하며 이 책을 시작한다.
떨림과 울림
- 지은이: 김상욱
- 초판 1쇄 펴낸날: 2018년 11월 7일
- 펴낸곳: 도서출판 동아시아
떨림과 울림, 지은이 물리학자 김상욱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등학생 때 양자물리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후, 카이스트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상대론적 혼돈 및 혼돈계의 양자 국소화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포스텍, 카이스트, 독일 막스-플랑크 복잡계 연구소 연구원, 서울대학교 BK조교수, 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를 거쳐, 2018년부터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물리에 관심이 많다.
다른 사람들과 앎을 공유하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 과학을 널리 알릴수록 사회에 과학적 사고방식이 자리 잡을 것이고, 그러면 이 세상이 좀 더 행복한 곳이 될 거라 믿고 있다. 물론 과학을 이야기하는 그 자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 <김상욱의 과학공부>, <김상욱의 양자 공부> 등이 있다.
떨림과 울림, 목차
1부 분주한 존재들
_ 138억 년 전 그날 이후, 우리는 우리가 되었다
- 빛) 138억 년 전, 처음으로 반짝이던
- 시공간) 시간과 공간의 탄생
- 우주) 세계의 존재 이유를 안다는 것
- 원자) 우리를 이루는 것, 세상을 이루는 것
- 전자) 모두 같으면서, 모두 다르다
2부 시간을 산다는 것, 공간을 본다는 것
_ 세계를 해석하는 일에 관하여
- 최소작용의 원리) 미래를 아는 존재에게 현재를 산다는 것
- 카오스) 확실한 예측은 오직
- 엔트로피) 어제가 다시 오지 않는 이유
- 양자역학) 우리는 믿는 것을 본다
- 이중성) 대립적인 것은 상보적인 것
3부 관계에 관하여
_ 힘들이 경험하는 세계
- 중력) 서로가 서로에게 낙하한다
- 전자기력) 존재의 떨림으로 빈 곳은 이어진다
- 맥스웰 방정식) 현대 문명의 모습을 결정한 수식
- 환원·창발) 많은 것은 다르다
- 응집물리) 우선은 서로 만나야 한다
4부 우주는 떨림과 울림
_ 과학의 언어로 세계를 읽는 법
- 에너지) 사라지는 것은 없다, 변화할 뿐
- F=ma) 세상은 운동이다
- 단진동) 우주는 떨림과 울림
- 인간) 우주의 존재와 인간이라는 경이로움
떨림과 울림, 책 속의 함께하는 문장
물리학에는 세상을 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지금이 순간의 원인이 그다음 순간의 결과를 만들어가는 식으로 우주가 굴러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작용량을 최소로 만들려는 경향으로 우주가 굴러간다는 거다. 두 방법은 수학적으로 동일하다. 동일한 결과를 주는 두 개의 사고방식인 것이다. 후자에 대해 우주의 '의도'라고 부르고 싶은 것은 신의 존재를 믿는 인간의 본성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일어난 일을 인간이 해석하는 방법일 뿐이다. 두 경우 모두 세상은 수학으로 굴러간다. 수학에 의도 따위는 없다. p 97 '시간을 산다는 것, 공간을 본다는 것' 중에서
우주에 빈 공간은 없다. 존재가 있으면 그 주변은 장으로 충만해진다. 존재가 진동하면 주변에는 장의 파동이 만들어지며, 존재의 떨림을 우주 구석구석까지 빛의 속도로 전달한다. 이렇게 온 우주는 서로 연결되어 속삭임을 주고받는다. 이렇게 힘은 관계가 된다. p 172 '관계에 관하여' 중에서
과학은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태도다. 충분한 물질적 증거가 없을 때, 불확실한 전망을 하며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과학의 진정한 힘은 결과의 정확한 예측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결과의 불확실성을 인정할 수 있는 데에서 온다. 결국, 과학이란 논리라기보다 경험이며, 이론이라기보다 실험이며, 확신하기보다 의심하는 것이며, 권위적이기보다 민주적인 것이다. 과학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를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만드는 기초가 되길 기원한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니까. p 269-270 '지식에서 태도로_ 불투명한 세계에서 이론물리학자로 산다는 것' 중에서
생명이 존재하려면 '미토콘트리아' / 물리학자가 바라본 존재의 차이, 차이의 크기 / 크기가 말하는 것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존재의 크기에 관하여 '위상수학'이란 무엇인가 / 지구에서 본 우주, 달에서 본 우주 / 달을 가리키는데 왜 손가락을 보는가? <인터스텔라> / 물리학자에게 '우연'이란 '바빌로니아의 복권', '픽션들' / 인공지능에게 타자란 <엑스 마키나> / 세계의 온도는 표준편차가 결정한다 / 상상의 질서, 그것을 믿는 일에 관하여 '사피엔스' / 인간의 힘으로 우주의 진리를 알아가는 것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등 책장 사이사이에서 물리의 언어로 들려주는 이야기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원자, 빛, 시공간, 카오스, 엔트로피, 단진동, 빅뱅, 양자역학 등 <떨림과 울림>의 책 속에는 온통 물리의 언어를 통해 우리 존재와 삶, 타자와의 관계와 죽음의 문제들까지 세계에 관한 생각들을 물리적으로 접근하고 그에 대한 질문을 던져준다. 그런데 딱딱하거나 지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책을 술술 읽어 내려가게 된다.
아마도 그 바탕은 물리학을 인문학적 방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떨림과 울림>은 여름날 더위 아래에서 읽어도 시원하게 완독 할 수 있는 책이다. 김상욱 교수의 말처럼, 과학은 지식이 아닌 태도니까. 물리의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면 조금 더 근사하게 세계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과학을 유쾌하게 만날 수 있는 책들 +++
야밤의 공대생 만화, 웃으며 읽는 맹기완의 재미있는 과학 만화 이야기
심채경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우리가 우주를 사랑하는 방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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