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책

시집 <이해인의 햇빛 일기>, 작은 위로가 필요한 아픈 이들을 위하여

난짬뽕 2023. 12. 2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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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주사

 

병원에서 링거 주사를 맞듯이

내 몸이 힘들고 우울할 땐

햇빛 주사를 자주 맞는다

 

차가운 몸이 이내 따뜻해지고

우울한 맘이 이내 밝아지는

햇빛 한줄기의 주사

 

고맙다고 고맙다고

목례를 하면

먼 곳에 있는 해님이

다정히 웃는다

 

복도를 걸어갈 때도

두꺼운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나를

생명의 빛으로 초대하는

나의 햇빛 한줄기로

 

나는 하루를

시작한다

햇빛이 준

넉넉한 양분으로

나는

나에게

이웃에게

둥근 사랑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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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의 햇빛 일기>는 '작은 위로가 필요한 아픈 이들을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이해인 수녀의 기도시집입니다. "위로 시인" "치유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해인 수녀는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시집인 <이해인의 햇빛 일기>에 모두 100편의 시를 담았습니다. 이 시집 안의 시들이 누군가에게 다가가 작은 위로, 작은 기쁨, 작은 희망의 햇빛 한줄기로 안길 수 있기를 소망한다는 이해인 수녀의 바람처럼, 우리들 자신도 누군가의 작은 위로가 되고 작은 기쁨이 되는 작은 희망의 햇빛 한줄기처럼 따스한 시어 그 자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해인의 햇빛 일기
  • 이해인 시집
  • 작은 위로가 필요한 아픈 이들을 위하여
  • 펴낸곳: 도서출판 열림원
  • 초판 1쇄 발행 2023년 10월 16일

 

이해인 수녀는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에 몸담고 있으며 1968년에 첫 서원을, 1976년에 종신 서원을 하였습니다.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펴낸 이래 수도자로서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사색을 조화시키며, 기도와 시로써 따뜻한 사랑과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세인트루이스대학교 영문학과,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했고, 제9회 새싹문학상, 제2회 여성동아대상, 제6회 부산여성문학상, 제5회 천상병 시문학상, 제2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시집 <민들레의 영토>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시간의 얼굴>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작은 위로> <작은 기쁨> <희망은 깨어 있네> <작은 기도>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이해인 시 전집 1·2> 등이 있습니다.

시산문집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꽃잎 한 장처럼>, 산문집 <두레박> <꽃삽>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기쁨이 열리는 창>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그 사랑 놓치지 마라>, 인터뷰집 <이해인의 말>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영혼의 정원>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 <마더 데레사의 아름다운 선물> <우리는 아무도 혼자가 아닙니다> 등이 있습니다. 

 

슬픈 날은

 

삶이 힘들고

우울한 날은

나보자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 언니 친구

그리고 함께 살던

선배 동료 수녀들을 

생각한다

그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친절하고 정겹게

위로의 말을 건네온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크게 고민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보석으로 갈고 닦는

지혜를 청하며

겸손해져야 한다고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는 거라고

 

죽은 이들이

바로 곁에 살아와서

나를 

일으켜 세운다

환히 웃어준다

 

이름 부르기

 

부르는 이름에

대답할 수 없는 미안한 슬픔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싶어서

죽은 이들은 가끔

사랑하는 이들의 

꿈속에 나타나 이름을 불러주나보다

 

나는 오늘도

꽃에게 나비에게 나무에게

그리고 함께 사는 이들에게

이름을 불러주며

새삼 행복하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동안은

마음에 잔잔한 강물이 흐르고

하늘에서 구름이 내려와

좀 더 겸손해지네

 

욕심 없는 마음으로

이름을 부르면 하루가 거룩해지네

지금껏 나는 얼마나 많은 이름을 부르며

살아왔는지 얼마나 많이

이름이 불리워지며 살아오고 살아냈는지

고맙고 고마워서

자꾸만 눈물이 난다

내가 아는 이름들을 향해

무조건 사랑한다며

가만히 목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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