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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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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뵈러 시골에 다녀올 때면, 가끔씩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올라오고 싶을 때가 있다.
구불구불, 어느 시골 마을도 구경하면서
느릿느릿, 바닥을 드러낸 논과 밭을 만나다 보면
내 눈에 보이는 입에 넣을 수 없는 큼지막한 마시멜로들.
나는 이 마시멜로들이 참 좋다.
보기만 해도 어린아이마냥 기분이 즐거워진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지난해의 마시멜로를 떠나보내며
올해 다시 만나기를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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