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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머/작은 이야기 66

사랑의 마음을 담아, 추억이 피고 지고

지난주에는 남편과 함께 선산에 내려가기 위해 평일 휴가를 냈다. 제사 전후로 아버님어머님을 찾아뵙게 되는데, 이번에는 제사를 모신 후에 내려가게 되었다. 요즘 주말에는 서해안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이 너무 막혀서 평일을 선택했는데, 다행히 정체구간이 없어서 모처럼 시골로 향하는 길에 속도감이 붙었다. 아침부터 서울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중이라서 내려가면서도 날씨를 확인하게 되었다. 서해대교를 지나면서부터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빗방울은 떨구지 않았는데, 한 무리의 구름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고 있었다. 마치 그림 속 풍경 안에 잠시 우리들이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이른 아침 서울을 떠난 우리는 아빠를 모시러 가기 위해 시골집에 들렀다. 아빠는 아버님이 떠나시고 난 후에 종종 우리 선산에 가시곤 했..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모두들 행복한 여름 마무리 되세요!!!

이 세상에서 숨길 수 없는 두 가지를 꼽으라면,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먼저 드시나요? 아마도 손에 꼽을 만한 일들이 참으로 많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표정과 계절의 변화라고 여겨져요. 그렇게 무덥던 여름날이 언제 지나갈까 싶었는데, 입추를 거쳐 처서를 기점으로 확실히 바람결이 달라진 것이 느껴지네요. 물론 아직도 낮에는 살갗이 따가울 정도로 햇볕의 농도가 강하지만, 확실히 열대야는 조금 수그러진 것 같거든요. 지난주에 아버님어머님 산소에 가느라 선산에 다녀왔는데요. 시골에서 올라오는 밤에 들었던 음악이 귓가에 맴돌아 올려봅니다. 기다린 만큼, 더 왜 그리 내게 차가운가요 사랑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거였나요 내가 뭔가 잘못했나요 그랬다면 미안합..

존 모피트 어떤 것을 알고자 한다면, 나를 위한 발걸음

어떤 것을 알고자 한다면 존 모피트 어떤 것을 알고자 한다면 정말로 그것을 알려고 한다면 오랫동안 바라보아야 한다. 초록을 보면서 "이 숲에서 봄을 보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네가 바라보는 그것이 되어야 한다. 양치식물 잎사귀의 까실한 솜털과 꼬불거리는 검은 줄기가 되어야 하고, 잎사귀들 사이의 작은 고요 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그 잎사귀들에서 흘러나오는 평화로움을 만질 수 있어야 한다. 어느 책에서 읽은, 건국대학교 신경과 한설희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외국어는 늦게 배울수록 좋다는. 그 이유는 모국어가 굳어진 후 외국어를 배우게 되면 언어 중추가 서로 떨어져 있어 뇌의 새로운 영역이 자극되기 때문이라는 것. 러시아 고등경제대학과 영국 노섬브리아대학 공동..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건, 조병화 밤의 이야기 20

밤의 이야기 20 조병화 고독하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요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요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토요일 오후, 일이 있어 남편과 함께 반포에 갔다. 신..

쥘 르나르 인생은 아름다워, 조금만 생각의 각도를 돌려보면

인생은 아름다워 쥘 르나르 매일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이렇게 말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눈이 보인다 귀가 들린다 몸이 움직인다 기분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고맙다! 인생은 아름다워 새롭게 한 주가 시작되었네요. 그러고 보니, 어느덧 오늘이 7월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네요. 저는 지금 거래처와의 미팅이 있어서 삼성동의 어느 카페에 와 있답니다. 거래처 이사님께서 오늘 회의는 시원한 카페에서 하자고 말씀하셔서요. 방금 전에 회의가 끝나 이사님은 사무실로 들어가시고, 저는 한 시간 후에 있을 차장님과의 미팅을 위해 계속 카페에 머물러 있는데요. 갑자기 어느 곳에서 큰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카페 모퉁이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는 저에게까지 또렷하게 들려온 어느 손님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놀라 주변에 계시던 분들이 ..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 백창우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백창우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개똥 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지 않았다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거라네 아차 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 화투판 끗발처럼, 어쩌다 좋은 날도 있긴 하겠지만 그거야 그때 뿐이지 어느 날 큰 비가 올지, 그 비에 뭐가 무너지고 뭐가 떠내려갈지 누가 알겠나 그래도 세상은 꿈꾸는 이들의 것이지 개똥 같은 희망이라도 하나 품고 사는 건 행복한 거야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삶은 얼마나 불쌍한가 자, 한잔 들게나 되는 게 없다고, 이놈의 세상 되는 게 좆도 없다고 술에 코 박고..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아직 갈 곳이 있음을 감사하게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

결혼식을 빛낸 양가 아버님의 축사

늦은 밤, 남편에게 문자가 도착했다. 낮에 결혼을 한 새신랑이었다.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에 보내온 긴 문자에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답장을 쓰고 있는 남편 역시 마치 아들을 장가보내는 듯 감회가 남다른 듯 보였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결혼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되어 무척이나 기쁘다는 마음을 전했다. 결혼식은 오전 11시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 남편과 나는 10시가 되기도 전에 식장에 도착했다. 멋스럽게 턱시도를 차려입은 신랑이 환한 표정으로 우리를 반겨줬다. 남편과 내 손을 번갈아 잡으며 활짝 웃는 신랑을 보니, 7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던 앳된 사회초년생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첫 직장이었던 남편의 회사에서 그는 이제 든든한 역할을 하는 ..

법정 스님의 무소유, 비워내며 가볍게

법정 스님의 (범우사, 1999) 중에서 나는 지난해 여름까지 난초 두 분을 정성을 다해 길렀었다. 그 애들을 위해 관계 서적을 구해다 읽었고, 그 애들의 건강을 위해 하이포넥스인가 하는 비료를 구해 오기도 했었다. 여름철이면 서늘한 그늘을 찾아 자리를 옮겨주어야 했고, 겨울에는 그 애들을 위해 실내 온도를 내리곤 했다. 이렇듯 애지중지 가꾼 보람으로 이른 봄이면 은은한 향기와 함께 연둣빛 꽃을 피워 나를 설레게 했고, 잎은 초승달처럼 항시 청청했었다. 지난해 여름 장마가 갠 어느 날 봉선사로 운허노사를 뵈러 간 일이 있었다. 한낮이 되자 장마에 갇혔던 햇볕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고 앞 개울물 소리에 어울려 숲속에서는 매미들이 있는 대로 목청을 돋구었다. 아차! 이때서야 문득 생각이 난 것이다. 난초를 ..

개구쟁이 햇살과 구름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말

1박 2일간의 짧은 가족여행을 즐기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하늘에서는 햇살과 구름이 서로 숨바꼭질을 하며 개구쟁이들처럼 놀고 있는 듯했습니다. 하기야 비 오는 날이 아니고는 매일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으니 심심하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구름 등에 올라타고는 스쳐가는 바람을 느껴보던 햇살이 이번에는 구름 친구들을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 목말을 태워줍니다. 햇살도 구름들도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이제는 더 이상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서로 즐겁게 어울리며 조금은 밋밋했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를 깨닫게 되었거든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들, 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 모두의 이번주가 지난주보다 더 많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만일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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