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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머/작은 이야기 66

유치환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언제였던가. 중학교 시절, 아니면 고등..

이준관 구부러진 길, 마시멜로! 안녕!!

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아빠를 뵈러 시골에 다녀올 때면, 가끔씩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올라오고 싶을 때가 있다. 구불구불, 어느..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내 삶은 때론 행복했고 때론 불행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큼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 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구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요즘 결혼식이 많아 2주에 한 번씩은 결혼식장에 가는 것 같습니다. 금요일인 오늘 저녁에도 ..

건강하세요, 뚝딱! 행복하세요, 뚝딱!!

새해 인사 나태주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 예순 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를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 다시 삼백 예순 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무엇을 더 바라시겠습니까? 며칠 사이 소복이 내린 눈이 아이들을 즐겁게 해 준 것 같습니다. 조용했던 아파트 단지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쏟아져 나왔고, 놀이터에도 정원에도 개성 만점의 눈사람들이 어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디테일이 살아있는 도깨비 눈사람. 무심코 지나칠 때에는 그냥 평범한 ..

한용운 사랑하는 까닭,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루어 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OOO 여자친구입니다 :) 빼빼로데이를 맞이하여 작은 간식거리를 준비해 봤습니다. 슬슬 날씨가 추워지는데 모두들 건강 조심하세요. 오늘 출근을 하니 책상 위에 깜찍한 선물이 놓여 있었다. 얼마 전 입사한 우리 회사 막내의 여자친구가 정성스럽게 만든..

류시화 슬픔이 그대를 부를 때, 다만 슬픔의 소유가 되지 말라

슬픔이 그대를 부를 때 류시화 슬픔이 그대를 부를 때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라 세상의 어떤 것에도 의지할 수 없을 때 그 슬픔에 기대라 저편 언덕처럼 슬픔이 그대를 손짓할 때 그 곳으로 돌아가라 세상의 어떤 의미에도 기댈 수 없을 때 저편 언덕으로 가라 그대 자신에게 기대라 슬픔을 의지하되 다만 슬픔의 소유가 되지 말라 여러분들의 마음은 지금 안녕하신가요?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마음이 우울한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어려웠던 팬데믹 시대도 잘 이겨냈는데, 어쩌면 지금이 그때보다도 더 힘든 것 같다는 말씀들을 많이들 하시네요. 이러한 우울한 기분을 포함하여 일상생활에서의 흥미 또는 즐거움의 상실, 식욕 저하, 불면증 또는 과다수면 등의 수면 장애, 피로 및 활력 감소, 집중력 저하, 소화불량, 체..

이문재 농담, 정말 강한 아니면 진짜 외로운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11월의 첫날인 오늘, 여러분들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셨나요? 깊어가는 가을은 소소한 느낌들까지 모두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이문재 시인이 말한 것처럼, 여러분들은 '정말 강한' 아니면 '진짜 외로운', 그 둘 중의 어느 곳에 더 가깝게 서 계시나요? 이 가을에는 너무 강하지도 않고, 진짜 외롭지도 않은 그래서 마음만은 가난하지 않은, 우리 모두가 행복한 가을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강, 복기가 중요한 것은 바둑만이 아니다

울음이 타는 가을강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겠네. 박재삼 1933년 도쿄에서 태어난 박재삼은 경남 삼천포에서 자랐다.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중퇴했고, 1953년 시 '강물에서'(모윤숙에 의해 에 추천), 1955년 시 '정적'(서정주에 의해 에 추천), 같은 해 시조 '섭리'(유치환에 의해 에 추천)로 등단했다. 어..

정현종 방문객, 왕꿈틀이를 모셔온 꼬마 손님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오늘, 아침을 먹고 주방 정리를 하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처음 보는 낯선 얼굴들이었다. 현관문을 열자, 예쁜 리본이 달려있는 박스 하나를 건네주었다. 방금 우리 아파트 우리 동으로 이사를 왔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토요일 오전에 이사를 오는 집이 있다는, 엘리베이터 옆에 붙여져 있던 안내문이 떠올랐다. 맛있는 이사떡을 받고,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중 엄마 아빠 뒤에 있던 ..

인생,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을 꼭 이해하려 하지 말라.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 일어나는 그대로 맞이하라 길을 걷는 아이의 발걸음 위로 바람이 불 때 흩날리는 꽃잎이 선물이 되듯 꽃잎을 모으려 하지 않는 아이는 머리카락에 묻은 꽃잎을 살포시 떼어 내고 다시 새롭게 손을 내밀어 사랑의 날을 붙잡는다. 모두들 행복하고 풍요로운 한가위 연휴 보내고 계시겠네요. 저도 차례 준비하고 성묘도 다녀오고, 자주 찾아 뵙지 못한 친지 분들도 찾아뵙느라 바쁜 연휴를 보내고 있답니다. 가는 곳마다 한 상 차려진 맛있는 음식들을 다 먹어버려서 옆으로 옆으로 점점 몸이 불어나고 있는 듯합니다. 윗분들께 드릴 봉투와 꼬맹이들의 용돈까지, 며칠 사이에 꽤나 많은 지출이 한꺼번에 쑤웅 하고 날아가 버렸습니다. 지갑은 텅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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