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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머/작은 이야기 66

뭐 어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꽤 괜찮았던 하루가 아니었을까

바람이 불면 이시영 날이 저문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면 한잔 해야지 붉은 얼굴로 나서고 싶다 슬픔은 아직 우리들의 것 바람을 피하면 또 바람 모래를 퍼내면 또 모래 앞이 막히면 또 한잔 해야지 타는 눈으로 나아가고 싶다 목마른 가슴은 아직 우리들의 것 어둠이 내리면 어둠으로 맞서고 노여울 때는 하늘 보고 걸었다 이시영..... 1949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다.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됐고, 월간문학 신인작품 공모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1980년 창작과비평 편집장으로 입사해 24년 동안 주간, 부사장 등의 직책을 맡았다. 등의 시집을 발간했다. 지난 금요일 오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고 집중을 해서 해야 할 일들을 오전시간에 거의 처리했다. 이제 오후에 마무리만 지..

황동규 즐거운 편지, 내 그대를 생각함은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황동규 시인은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황순원 소설가의 아들입니다. 에 발표한 데뷔작이기도 했던 이 시가 1958년 세상에 나온 이후, '즐거..

등뒤의 사랑, 오인태

등 뒤의 사랑 앞만 보며 걸어왔다. 걷다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고개를 돌리자 저만치 걸어가는 사람의 하얀 등이 보였다. 아, 그는 내 등뒤에서 얼마나 많은 날을 흐느껴 울었던 것일까. 그 수척한 등줄기에 상수리나무였는지 혹은 자작나무였는지, 잎들의 그림자가 눈물 자국처럼 얼룩졌다. 내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사랑을 좇아 끝도 보이지 않는 숲길을 앞만 보며 걸어올 때, 이따금 머리 위를 서늘하게 덮으며 내가 좇던 사랑의 환영으로 어른거렸던 그 어두운 그림자는 그의 슬픔의 그늘이었을까. 때때로 발목을 적시며 걸음을 무겁게 하던 그것은 그의 눈물이었을까. 그럴 때마다 모든 숲이 파르르 떨며 흐느끼던 그것은 무너지는 오열이었을까. 미안하다. 내 등뒤의 사랑 끝내 내가 좇던 사랑은 보이지 않고 이..

봄이 떠나가는 푸른 밤

봄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이성부 - 300부 한정판으로 출간한 첫 시집 (1969)으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이성부는 1942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났다. 광주고등학교 재학 시절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시 '바람'으로 당선됐다.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한 후 한국..

이미 여러분 모두 성공하셨습니다!!! / 무엇이 성공인가 / 랄프 왈도 에머슨

무엇이 성공인가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기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랄프 왈도 에머슨 - 퇴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목에는 잠실 롯데백화점이 있다.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오늘따라 백화점 앞에는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특히 지하 광장 분수대 앞에는 불금을 즐기려는 약속의 주인공들이..

하루 종일 기분 좋은 그 말, 오늘도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오늘도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오전에 회의가 있어 거래처가 있는 여의도에 가게 되었다. 9호선을 타려는데, 문득 광고판이 눈에 들어왔다. " 오늘도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간단명료한 이 짧은 카피가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속담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귀가 보배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세 살 먹은 아이 말도 귀담아 들어라 좋은 약은 입에 쓰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아침에 본 저 카피 하나로 인해 오후까지 기분이 좋았다. 거래처에서의 회의시간에도 평소보다 조금 더 느긋한 마음이 들었고,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의견에 여유를 갖고 집중할 수 있었다. 여의도..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는 고통보다 더 무서운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춘추시대 말엽, 공자의 고국인 노나라에서는 조정의 실세인 대부 계손자의 가렴주구(세금을 혹독하게 징수하고 백성들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음)로 백성들이 몹시 시달리고 있었다. 어느 날, 공자가 수레를 타고 제자들과 태산(산동성에 있는 오악 중 동악으로, 중국 제일의 명산) 기슭을 지나가고 있을 때 부인의 애절한 울음 소리가 들려 왔다. 일행이 발길을 멈추고 살펴보니 길가의 풀숲에 무덤 셋이 보였고, 부인은 그 앞에서 울고 있었다. 자비심이 많은 공자는 제자인 자로에게 그 연유를 알아보라고 했다. 자로가 부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부인, 어인 일로 그렇듯 슬피 우십니까?" 부인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더니 이윽고 이렇게 대답했다. "여기는 아주 무서운 곳이랍니다. 수년 전에 저의 시아버..

우리들의 3월, 그 싱그럽고 예쁜 시간들을 위하여

있는데 보이지 않는 흐르는데 멀어지는 것, 가벼운데 느려지는 것, 소리 없이 서서 마르는 것, 가만히 있는데 흔들리는 것들은 모두 다 어쩔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있는데 보이지 않는 것만큼 속수무책인 몸은 없다. 작은 그늘이 큰 그늘 속으로 들어가듯 사라지지 않았는데 보이지 않는 것은 귀담아들어야 한다. 심재휘 ㅣ 1997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가 있다. 발견문학상을 수상했다. 상응하다 아무 인연이나 연고가 없는 것은 없다. 무엇과도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무엇에서도 마음은 일어난다. 아침햇살, 새소리, 바람, 꽃가루가 돌에게 가서 돌을 깨우듯이. 그래서 돌이 얼굴과 음성으로 화답하듯이. 문태준 ㅣ 1994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등이 있다. 유심작품상, 노작..

한 편의 영화가 된 결혼식, 남녀 주인공 신랑신부의 사랑고백

월요일인 오늘, 남편의 고등학교 선배님의 자제분 결혼식에 초대받아 가평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결혼식은 예식장이 아닌 작은 카페였습니다. 양가 모두 서울에 살고 계셨지만, 신랑신부의 의견에 따라 연고가 없는 그곳에서 식을 치르게 되었다고 하네요. 우리 부부는 그 스몰웨딩에 운 좋게 초대받았습니다. 저녁 5시에 결혼식이 시작되었는데, 주례선생님은 따로 없었고 신랑의 친구가 사회를 맡고 있었습니다. 패물은 과감히 없앴고, 예단도 따로 오고 가지 않았다고 해요. 결혼식 장소부터 준비과정까지 모두 신랑신부의 뜻에 따라 양가 어른들이 힘을 보태주셨다면서 신랑신부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초대받은 하객들 역시 신랑이나 신부의 성장과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만 초대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친척들 역시..

이쁜이 여사님의 수줍은 하트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이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순간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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