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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11

한강 <채식주의자>, 존엄한 인간 본연의 정체성에 대한 폭력과 고통들

채식주의자지은이 / 한강표지 사진 / 이옥토 'a paper', 2019디자인 / 박정민초판 1쇄 발행 / 2007년 10월 30일펴낸곳 / (주)창비 세 번째 장편소설인 채식주의자를 쓰던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나는 그렇게 몇 개의 고통스러운 질문들 안에서 머물고 있었습니다.한 인간이 완전하게 결백한 존재가 되는 것은 가능한가? 우리는 얼마나 깊게 폭력을 거부할 수 있는가? 그걸 위해 더 이상 인간이라는 종에 속하기를 거부하는 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거부하고, 종내에는 스스로 식물이 되었다고 믿으며 물 외에 어떤 것도 먹으려 하지 않는 여주인공 영혜는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매 순간 죽음에 가까워지는 아이러니 안에 있습니다.사실상 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영혜와..

조해진 장편소설 <빛과 멜로디>, 사람이 사람에 의해 살 수 있다

셔터를 눌렀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철로 된 무기와 무너진 건물을 지나, 올리브나무와 묘비 없는 무덤을 지나, 총성이 울리는 도시 한가운데 설치된 임시 병원에서 절망하고 흐느끼는 사람들과 그들의 상처를 봉합하고 소독하는 누군가의 손길을 지나, 살겠다는 의지를 포기한 적 없는 아기의 악센 손가락을 지나, 한 아이가 들여다보던 스노볼 안의 점등된 세상을 지나, 그 아이를 생각하며 잠 못 들고 뒤척이던 또다른 아이의 시름 깊은 머릿속을 지나, 거울 속 세상과 그녀를 위해, 영원에서 와서 영원으로 가는 그 무한한 여행의 한가운데서, 멜로디와 함께...... 빛이, 모여들었다.  p 251빛과 멜로디문학동네 장편소설지은이: 조해진1판 1쇄 2024년 8월 30일펴낸곳: (주)문학동네 장편소설 는 단편 를..

[네임 스티커] 이상하게 보이지만, 이상하지 않은 세상 속 사람들

네임 스티커제14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글쓴이: 황보나초판발행: 2024년 1월 25일펴낸곳: (주)문학동네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산뜻하지 않음을 느낀다면 잠깐 멈춰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이상하게 보이지만, 이상하지 않은 세상 속 사람들는 황보나 작가의 장편소설로, 제14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난 황보나 작가는 첫 작품인, 이 책 로 2023년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나는 지난해 연말 가족과 함께한 대전여행에 를 가방에 넣어 갔다. 하루 일정을 보내고 숙소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니까, 스티커에다가 누군가의 이름을 써서 여기 붙..

창비청소년문학상 <위저드 베이커리>, 선택과 견딤에 관한 구병모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지은이: 구병모초판 1쇄 발행: 2009년 3월 27일개정판 1쇄 발행: 2022년 3월 27일펴낸곳: (주)창비  나는 단지 이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신비로운 마법사의 빵집에 초대합니다브로큰 하트 파인애플 마들렌     실연의 상처를 빨리 잊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하지만 주인장으로선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상처를 빨리 잊는 데에 집착하는 사람은 그만큼 새로운 사랑도 무성의하게 시작하기에 쉽답니다.노 땡큐 샤블레 쇼콜라     정말 사귀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고백받았다면? 이걸 대답으로 주세요. 한마디로 '먹고 떨어질' 겁니다.도플 갱어 피낭시에     이걸 먹고 잠들면 다음 날 내가 가기 싫었던 학교나 회사에 또 하나의 내가 대신 가 줍니다. 맘 편히 땡땡이를 치세요. 단, 정말..

정유정 장편소설 <영원한 천국>, 삶과 죽음 그 너머 인간의 본성과 욕망

영원한 천국지은이: 정유정1판 1쇄 발행: 2024년 8월 28일펴낸곳: (주)은행나무 그곳은 정말 '영원한 천국'이 될 수 있을까정유정 작가의 은 500페이지가 넘는 꽤 굵직한 장편소설이다. 그러나 책이 두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60여 권의 책을 읽으면서 참고했고, 작품에 등장하는 공간을 찾아 이집트의 바하리아 사막과 홋카이도의 유빙 지대인 아바시리를 여행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녀가 답사했던 이곳들은 소설 속에서 비중 있는 공간으로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재활원인 삼해원은 일본의 어느 형무소가 모델이다. 이러한 광범위한 자료 수집의 흔적들은 책에서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의학과 과학, IT 분..

백희성 <빛이 이끄는 곳으로>, 다른 시간 속 기억과 추억이 한 공간에

모든 사람들에게 수많은 사연이 있듯이 집도 저마다 사연이 있는 법이다. 그 사연을 듣고 보고 느끼고 싶다면 천천히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사이에 집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주고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오래된 집은 그만큼 오랜 시간 누군가를 기다려 왔을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느껴줄 사람을...... 때론 몇십 년, 때론 수백 년을 그렇게 기다린 것이다.  p 90 빛이 이끄는 곳으로지은이: 백희성초판 1쇄 발행: 2024년 8월 21일펴낸곳: 책읽어주는남자 암호로 풀어가는 미로 같은 비밀들백희성 장편소설 는 읽는 내내 흥미로웠고 재밌었다. 한 페이지를 읽고 나면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책의 제목이 왜 '빛이 이끄는 곳으로'였는지는 이 책을 읽은 지 ..

김애란 <이중 하나는 거짓말>,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 그들의 비밀

이중 하나는 거짓말지은이: 김애란1판 1쇄: 2024년 8월 27일펴낸곳: (주)문학동네 세 명의 주인공들이 말할 수 없었던 비밀, 이중 하나는 거짓말김애란 작가의 이 책을 도서관의 새책 코너에서 만났을 때, 나는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제목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 은 에 이은 13년 만에 선보인 김애란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책 제목은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담임선생님이 만든 자기소개 규칙이기도 하다. 새 학기가 시작된 후 반 아이들이 자기소개를 할 때 지켜야 하는 이 규칙은 간단하다. 우선 다섯 문장으로 자기를 소개하면 되는데, 그중 하나에는 반드시 거짓말이 들어가야 하는 것. 소개가 끝난 후 다른 친구들이 무엇이 거짓인지 알아맞히고 나면, 자연스레 네 개는 참이 ..

이꽃님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내가 너의 행운이 될 수 있을까?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누군가에게 한 사람이 인생을 바꾸는 일을 하라고 한다면 그렇게 힘든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대답할 것이다. 어떤 이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거고, 어떤 이는 내 인생도 힘든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꾸느냐고 물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일이 그저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라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거다. 고개를 젓고 헛소리 말라며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하지만 그토록 간단한 것이 인생의 비밀이다. 관심을 가질 것. 너무 쉬워서 아무도 믿지 못하겠지만, 그래서 대부분이 그렇게 하지 않겠지만.   p 196  이꽃님 작가의 장편소설 을 읽으면서, 이 책은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 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의 집착과 광기 사이, 이꽃님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책의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조차 깜쪽같이 속아 버리고 말았다. 너무나 완벽했던, 그래서 독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가둬버린 치밀한 플롯에 한방 크게 얻어맞은 듯했다. 점점 실체를 드러내는 반전. 이 책 은 이꽃님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지은이: 이꽃님초판 1쇄 펴낸날: 2023년 3월 14일펴낸곳: (주)우리학교 이꽃님 작가로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 소설 (공저), 동화 등이 있다.  때로는 '사랑해'라는 말이 끔찍하고 잔혹할 때가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넌 정말 쉽게 내 마음을 가진 것 같아. 그저 바라보기만 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내가 너를 그토록 생각하게 만들었으니까.  p 18 처음..

구병모 단편 <파쇄>, 장편소설 <파과>의 외전

생각은 매 순간 해야 하지만,생각에 빠지면 죽어.  중에서 / p 10지난 5월 초, 구병모 작가의 장편소설인 가 일본에서 제15회 미스터리 번역 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의 외전인 단편 도 다음 달 6월 하순에 일본어판이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얼마 전 소설 를 흥미롭게 읽었던 나는 외전 의 내용도 궁금했었지만, 이러저러한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바로 읽지는 못했었다. 마침 지난 주말 도서관에 갔다가 를 빌려오게 되었다.  파쇄지은이: 구병모장편소설 의 외전초판 1쇄 발행: 2023년 3월 8일펴낸곳: (주)위즈덤하우스  그녀는 두 개의 손 안에 한 세상을 움켜쥐고 부숴버린다. 세상은 불과 한 번의 총성으로 인해, 짓무른 과일처럼 간단히 부서진다. 그 파열음이 벼락처럼 귓전을 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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