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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아름다움/책

은희경 장편소설 <시간의 감촉>, 여성 5대에 걸친 시간과 공간의 교차로

by 난짬뽕 2026.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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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감촉
  • 지은이: 은희경
  • 1판 1쇄: 2026년 6월 22일
  • 펴낸곳: (주)문학동네

 

우리는 하나의 삶을 여러 번 반복하며 사는 건지도 모른다. 
현재가 최근이지만 가장 오래된 날이듯이.

언젠가의 나에게는 첫 순간이 되듯이. 
우리 모두 그 언젠가의 시간 속 얼굴이
'웃을 때에 가장 예쁜 얼굴'이 되기를 바란다.

p 382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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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통해 과거와 미래를 이어가는 자매의 이야기

<시간의 감촉>은 은희경 작가가 장편소설로는 <빛의 과거>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계간 문학동네에 2024년 가을호부터 2025년 가을호까지 연재했던 것을 다듬어 펴냈다. 

은희경 작가는 <시간의 감촉>이 <새의 선물>과 <빛의 과거>를 잇는 '시간 3부작'의 대미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한 사람의 몸에 담긴 시간과 공간과 사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하는데, 우리네의 삶과 그리 다를 것 없는 안나와 경선이라는 자매의 모습을 통해 서로의 몸에 새겨진 과거의 기억들과 현재의 삶, 그리고 새롭게 펼쳐질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자매이면서도 서로가 너무 다른 언니와 동생. 어려서부터 언니 안나는 남들과는 다른 관심사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아이라서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가무잡잡하고 키가 큰 모범생 정도였고, 그에 반해 동생 경선은 주변 사람들이 대하는 모든 방식의 칭찬과 호의에 익숙한 모습으로 성장한다. 

같은 해에 출생한 안나와 경선은 생김새부터 생각들, 소소한 생활방식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면이 없는 무심한 자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곡절을 겪어가며 힘들게 삶을 통과할 때에는 언제나 묵묵히 서로의 곁을 지켜보며 함께 해왔다.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서로 만나지 않고 지내오던 자매는 동생의 병간호로 인해 함께 지내게 되면서 그들이 간직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결혼, 가족, 사랑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지금 현재의 삶을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게 된다.

 

어떤 시간은 생활의 때묻은 이력으로 채워진 채 흘러간다. 하지만 같은 시기의 또다른 어떤 시간은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 그대로의 세계 안에서 흘러간다. 삶이란 그처럼 의미가 다른 여러 개의 시간이 겹쳐져 흘러가는 게 아닐까. 몸의 일상은 현실의 시간대에서 변해가지만, 언젠가 포착한 적 있었던 꿈과 이상의 시간은 그 나름의 도착지를 향해 다른 길로 가고 있는 게 아닐까. 어쩌면 그것이 인간이 마지막까지 품고 있는 시원이나 본향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p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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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감촉> 책 속의 문장들

건강해지거나 행복해지는 법은 물론이고 올바른 휴식법이란 게 따로 있어서 쉬는 것조차 배워야 하는 세상이다. 배움을 멈추는 법도 어디에선가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p 16

어쩔 수 없으니 그냥 그대로 살라는 말에 반발심도 느껴졌다. 아주 사소한 만큼이라도 좋아진다는 믿음이 없다면 도대체 사람은 무슨 힘으로 현실을 견뎌낼 수 있을까. 삶을 받아들이고 존중할 힘은 또 어디에서 얻는단 말인가. 그런 점에서 노화란 추방의 전 단계나 마찬가지이다. 죽음을 위한 여정인 것이다.  p 19

우리는 어린 시절 상상했던 세상으로부터 얼마나 다른 시간을 살아온 걸까. 우리는 어쩌다 이런 사람으로 살고 있을까.  p 97

몸이란 삶의 조건이지만 한편으로 죽음의 조건이기도 하다. 삶을 수행하는 과정은 그것을 완전히 끊어내는 죽음이라는 한순간을 향해 있다. 삶과 죽음은 동행한다.  p 158

어머니는 딸이 자신만큼 늙은 모습을 보지 못하지만 딸은 어머니가 보지 못한 모습으로 늙었을 때 거기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본다.  p 269

결혼은 타인과의 긴 동행이고 더러운 부산물과 빨랫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모두 그것들을 구겨넣은 상자를 커튼으로 가려놓은 채 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만약 그것들이 상자 안에서 점점 썩어갈 정도로 더러운 것이라면 그만 커튼을 젖히고 처분을 해야 하지 않을까.  p 324

어떤 고통은 견딜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막아내느라 버틸 때까지이고, 그 힘이 다하면 시간이 한참 지난 뒤라도 결국 사람을 무너뜨리고야 만다는 사실도.  p 327

한 사람의 몸안에는 수많은 장소와 시간이 들어 있다. 몸은 기쁨과 고통과 욕망과 상실의 부화장이고 사랑의 꿈과 왜곡을 간직한 도서관, 마지막 삶이 거처할 최후의 집인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재로 사라진다. 개채의 시간을 끝내고 무한에 섞여드는 여정이다.  p 373

 

은희경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상속>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중국식 룰렛> <장미의 이름은 장미>, 장편소설 <새의 선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그것은 꿈이었을까> <마이너리그> <비밀과 거짓말> <소년을 위로해줘> <태연한 인생> <빛의 과거>,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 <또 못 버린 물건들> 등이 있다. 문학동네소설상, 동서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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