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가장 싫습니까?
공용 얼음 틀에 콜라 얼음, 커피 얼음을 얼려놓는 사람.
20여 개의 텀블러 보유. 공용 싱크대에 안 씻은 텀블러를 늘어놓는 자칭 환경 운동가.
정수기 옆에 사용한 종이컵을 버리지 않고 쌓아두는 사람.
인기 많은 커피믹스를 잔뜩 집어다 자기 자리에 모아두는 사람.
공용 전자레인지의 코드를 뽑고 무선 헤드셋을 충전하는 사람.
탕비실에서 중얼중얼 혼잣말하는 사람.
공용 냉장고에 케이크 박스를 몇 개씩 꽉꽉 넣어두고 집에 가져가지 않는 사람.
공용 싱크대에서 아침마다 벼락같은 소리를 내면서 가글하는 사람.
이들과 함께 탕비실을 쓴다고 상상해보십시오.
누가 가장 싫습니까?
탕비실
- 하이퍼 리얼리즘 소설
- 지은이: 이미예
- 초판 1쇄 발행: 2024년 7월 10일
- 펴낸곳: (주)오팬하우스
나의 의도와 비껴가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 모습
<탕비실>은 <달라구트 꿈 백화점>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이미예 작가의 소설이다. 이 작품은 여러 직장에서 탕비실의 빌런으로 뽑힌 사람들이 한데 모여 벌이는 7일간의 합숙 리얼리티 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얼음, 커피믹스, 텀블러, 혼잣말, 케이크의 이름으로 섭외된 출연자들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자신들의 생활을 돌아보고 상대방의 행동을 바라보며 다양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사실 그들 모두는 직장 동료들로부터 함께 탕비실을 쓰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뽑혀 이곳에 온 것.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그런 대상이 된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캐스팅되었지만, 그들의 행동에는 모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나는 <탕비실>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재밌고 웃음이 나와 가볍게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이 책은 결코 가벼운 내용이 아니었다.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베풀었던 친절과 배려가 오히려 상대방에게는 불쾌함으로 받아들여지고, 더 나아가 그 사람을 미워하게 되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복잡 미묘한 심리를 내재하고 있었다.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그리고 우리들의 소통과 인간관계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문장들
나는 살면서 싫어하는 사람을 더 알아보려고 한 적이 없었다. 항상 그랬던 것 같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건 쉽지만 정말로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건 어렵다. p 77
하긴, 평소엔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서 하는 말 같은 건 좀처럼 들을 기회가 없죠. p 121
그게 우리 사회에서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도록 암묵적으로 합의된 방식이다. p 129
그간 봐왔던 수많은 방송들 속에서 나는 과연 보려고 마음먹은 것을 본 건지, 누군가 보여주려고 마음먹은 것을 덥석 건네받았을 뿐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p 130
여운이 남는 문장
"그보다 말이에요. 생각하는 게 텀블러 안에 몇 날 며칠 고여 있는 알 수 없는 액체 같더라니까요. 고여서 썩어가는데 뚜껑만 꽉 닫아놓은 것처럼요. 자기 생각을 바꿀 마음도 없고 남의 말을 듣지도 않아요." p 70
습관적 거짓에 관계의 유통기한이 짧습니다. p 92
의미 있는 작가의 말
감정이란 음식물을 소화하는 것과도 닮아 있다. 좋아하는 감정은 온몸에 차근차근 흡수되어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반면에 내 속을 버려가며 싫어하는 감정을 소화시켜 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토하듯 분출해버리고 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는 '싫음'에 관한 내 나름의 분출이다. 탕비실은 일상적 휴식의 공간이지만 원하는 만큼 무한정 머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내게 필요한 것이 구비되어 있지만 그것이 완전히 나의 소유는 아니다. 나에게 허락된 공간이지만 나에게만 허락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꼭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의 축소판 같다.
작가 이미예에 대하여
부산에서 태어난 이미예는 부산대에서 재료공학을 공부하고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했다.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現 달라구트 꿈 백화점)로 첫 소설을 발표해 후원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성공적으로 펀딩을 종료하였다.
<달라구트 꿈 백화점>은 국내에서만 15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으며, 전 세계에 번역되어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해외 제작사를 통하여 영상화가 진행 중이다.
잠을 자면 기억에 남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좋아하는 것은 8시간 푹 자고 일하기. 싫어하는 것은 잠도 못 자고 밤새워 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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