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시선 너머/작은 이야기 68

오늘 하루는 몸과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한 뼘의 휴식을

나무에 대하여 이성복 때로 나무들은 아래로 내려가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나무의 몸통뿐만 아니라 가지도 잎새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싶을 것이다 무슨 부끄러운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왼종일 마냥 서 있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을 것이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제 뿌리가 엉켜 있는 곳이 얼마나 어두운지 알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몸통과 가지와 잎새를 고스란히 제 뿌리 밑에 묻어 두고, 언젠가 두고 온 하늘 아래 다시 서 보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2023년 새해를 맞이한 지도 어느덧 여러 날이 지났네요. 벌써 오늘은 첫 주말이기도 하고요. 알찬 계획과 굳건한 다짐으로 출발했던 올해의 시간들을 잠시나마 되돌아봅니다. 1월 1일, 2일, 3일, 4일..

행복은 단순한 것이다

연말 모임 겸 새해맞이 식사를 하는 시댁모임이 있었습니다. 오늘의 메뉴를 위해 아침 일찍 수산물시장에 가서 전복도 사 왔고요. 모두들 바쁜 와중에 해외에 있는 조카들과 군 복무 중인 저희 아이를 빼고는 모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맛있게 식사도 하고, 밀렸던 이야기들도 나누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는데요. 어느 순간, 저희들의 이야기는 로 이어졌습니다. 모두들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상들을 서로 주고받았는데요. 마침 남편과 저도 지난 금요일 퇴근길에 만나 이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영화 속의 여러 대사들 중에서 이 말이 가장 기억이 남더라고요. "행복은 단순한 것이다." 2023년 새해가 시작되는 오늘 아침 일찍, 인왕산 범바위에서 토끼해 새해를 바라보았다며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내온 카톡을 받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렘과 행복이 가득한 크리스마스를 소원합니다!!!

톰은 이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조금 전에 겪었던 불쾌한 일을 모두 깨끗이 잊어버렸다. 그의 고민거리가 어른들이 겪는 불쾌한 일보다 조금이라도 덜 우울하고 덜 고통스러워서가 아니라, 아주 재미있는 일이 새로 생각나서 먼저 있었던 일들을 당분간 그의 머릿속에서 씻어 버렸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의 중에서 여러분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셨나요? 저도 오늘은 남편과 함께 아침 일찍부터 여기저기로 신나게 놀러 다녔답니다. 원래 오빠들과 함께 시골에 가려 했지만, 아빠께서 몇 주 전부터 저희들을 모두 거부하셨습니다. ㅎㅎ 실은 제자들이 아빠의 시골집에서 오늘부터 내일까지 송년회를 갖기로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올해의 크리스마스이브는 남편과 함께 하루종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외출..

위험들,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위험들 웃는 것은 바보처럼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우는 것은 감상적으로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타인에게 다가가는 것은 일에 휘말리는 위험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자신의 생각과 꿈을 사람들 앞에서 밝히는 것은 순진해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랑을 보상받지 못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사는 것은 죽는 위험을, 희망을 갖는 것은 절망하는 위험을, 시도하는 것은 실패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그러나 위험은 감수해야만 하는 것 삶에서 가장 큰 위험은 아무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것이기에, 아무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갖지 못하고 아무것도 되지 못하므로, 고통과 슬픔은 피할 수..

마거릿 생스터, 하지 않은 죄

하지 않은 죄 당신이 하는 일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일이 문제다. 해 질 무렵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그것이다. 잊어버린 부드러운 말 쓰지 않은 편지 보내지 않은 꽃 밤에 당신을 따라다니는 환영들이 그것이다. 당신이 치워 줄 수도 있었던 형제의 길에 놓인 돌 너무 바빠서 해 주지 못한 힘을 북돋아 주는 몇 마디 조언 당신 자신의 문제를 걱정하느라 시간이 없었거나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사랑이 담긴 손길 마음을 어루만지는 다정한 말투. 인생은 너무 짧고 슬픔은 모두 너무 크다. 너무 늦게까지 미루는 우리의 느린 연민을 눈감아 주기에는. 당신이 하는 일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일이 문제다. 해 질 무렵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그것이다. _..

때로는 밥 한 끼가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올 때면

지난주 금요일 갑자기 예기치 못한 업무가 생겼고, 토요일 아침부터 회의를 시작으로 엊그제까지 일을 마무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간이 촉박하여 며칠 밤을 새기도 했다. 요즈음 뜻하지 않게 자꾸만 밤샘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재충전이 필요했다. 며칠 휴식시간을 갖게 되었고, 마침 남편도 휴가를 냈다. 우리는 아침 일찍 아빠가 계신 시골로 향했다. 항상 그랬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늘 부모님 곁으로 갔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무슨 힘을 얻는 것 같았다. 특별한 말씀을 듣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고 나면, 다 괜찮아졌다. 남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우리는 엄마의 밥상이 늘 그립다. 이제 엄마의 맛있는 음식들은 그리움 속에서만 만날 수 있게 된 지금. 하늘에 계신 시부모님과 ..

남편의 뒷모습을 담다

지난 10월 중순, 남편과 나는 주말에 인왕산에 올랐다. 어느 토요일에는 3코스를 돌았고, 다음날 일요일에는 2코스를 둘러보았다. 창의문 방향으로 내려오면서 한 컷. 이곳이 정상보다 더 멋있는 포토존인 것 같은데. ㅎ 성곽길을 따라~~ 정상에서 하산하는 길이다. 햇살이 좋아서~~ 무악재 하늘다리로 내려와 지하철역을 향해~~ 홍지문 탕춘대성을 지나 용천약수터로 가는 길. 출렁이는 가온다리를 건너~~ 무악공원을 지나며~~ 이제 핸드폰을 볼 때에는 안경을 살짝 올리게 된 나이. 남편과 함께한 지 어느덧 22년이 흘렀다. 저 계단만 올라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다. 인왕산 정상을 바라보며~~ 저 사이를 나는 지나갈 수 있을까~~ ㅎㅎ 무무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서울 야경이 멋있다던데~~~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는..

그리운 미래, 그대로 두면 그대로 되지 않는

그리운 미래, 그대로 두면 그대로 되지 않는 그리운 미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기분좋은 소식이 있다'는 문장이 떠올랐다. 미래의 일이 그립기도 하고 받은 적 없는 행복이 미리 만져지기도 하는 걸까. 어린이 병원에서 일할 때 한 아이와 자주 창밖을 내다보곤 했다. 비가 오지 않는 날도 장화를 신고 다니는 친구였다. 우린 창가에 앉아 기차가 오가는 걸 바라보거나 비행기가 지날 때를 기다렸다. 기다리면 기차와 비행기는 어김없이 지나갔고 아이는 기뻐했다.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여겼던 나도 기차가 달리면, 비행기가 날면 어느새 기쁨을 느끼게 됐다. 무엇이 사람을 기쁘게 할까. 지루한 기다림이 아니라 간절한 기다림이라야 할까. 그렇다면 시 쓰는 나의 기쁨은 어디만치 달아났을까. 당도하지 않은 일을 그리..

피천득/ 이 순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확행

이 순간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 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 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가 손이 썩어가는 그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어찌 하지 못할 사실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 어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30여 년 전에 펴낸 에세이집인 에 처음 등장했는데요. 그는 이 책에서 소확행에 대해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갓 구운 따끈한 ..

당신에게도, 열두달의 친구이고 싶다, 시인 이해인 수녀

열두달의 친구이고 싶다 시인 이해인 수녀 1월에는 가장 깨끗한 마음과 새로운 각오로 서로를 감싸줄 수 있는 따뜻한 친구이고 싶고 2월에는 조금씩 성숙해지는 우정을 맛볼 수 있는 친구이고 싶고 3월에는 평화스런 하늘 빛과 같은 거짓없는 속삭임을 나눌 수 있는 솔직한 친구이고 싶고 4월에는 흔들림없이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으로 대할 수 있는 변함없는 친구이고 싶고 5월에는 싱그러움과 약동하는 봄의 기운을 우리 서로에게만 전할 수 있는 욕심 많은 친구이고 싶고 6월에는 전보다 부지런한 사랑을 전할 수 있는 한결같은 친구이고 싶고 7월에는 즐거운 바닷가의 추억을 생각하며 마주칠 수 있는 즐거운 친구이고 싶고 8월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힘들어하는 그들에게 웃는 얼굴로 차가운 물 한 잔 줄 수 있는 여유로운 친..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