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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아름다움/책 120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수많은 관계 속의 개인에 대하여

나의 결핍을 안고서 그것을 너무 미워하지도, 너무 가여워하지도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슬프면 슬프다는 것을 알고 화가 나면 화가 난다는 것을 알고 사랑하면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 나를 계속 지켜보는 일. 최은영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자신이 지금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중인 것 같다는 말을 한다. "더 진실하기를, 더 치열하기를, 더 용기 있기를" 말하고 있는 그녀의 를 읽으면서, 나는 작가의 말에서 언급한 저 문장이 최은영 작가가 독자에게 건네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학동네)는 각종 잡지에 발표했던 최은영 작가의 중단편 작품 7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정부의 과잉 진압으로 참사가 일어난 용산을 배경으로 한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비롯하여 교지 편집부 활..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고독과 두려움에 대한 침묵

오래전에 읽었던 다자이 오사무의 을 며칠 전 도서관에서 집으로 데려왔다. 사실 이 책을 한 번 읽고 난 이후에 다시 들춰볼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 당시 내가 처음 을 읽었을 때에 느꼈던 다자이 오사무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묘한 불안함은 내게 썩 개운한 잔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죽기로 결심했습니다"라는 책 속의 문장 하나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 역시 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압도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나는 다자이 오사무의 을 대출해 왔다. 사서 선생님께서 마침 새책이 들어왔다면서 정리를 하고 계셨는데, 책들 사이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인간 실격'이라는 글씨를 미처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인간 실격 지은이: 다자이 오사무 ..

심리 수업 책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내 감정의 주인이 되는 길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지은이: 레몬심리 초판 1쇄 인쇄: 2020년 6월 30일 발행처: (주)웅진씽크빅 *레몬심리: 중국의 대표적인 상담 플랫폼으로, 전문가에게 손쉽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창구로 유명해졌다. 모바일 앱을 통해 전문가 상담, 심리학 강연, 심리 테스트 등 다양한 채널을 제공하며 심리 상담의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평을 듣는다. 기분에 끌려다니고 싶지 않거나, 남의 감정에 상처받고 싶지 않거나, 감정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에 지쳐 있는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고 말하고 있는 이 책 는 기분에 조종당하고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들에게 감정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목차만 봐도, 이 책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소개되고 있는 내용들 역시 우리들..

백수린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 상처 난 기억과 그리움에 대한 위안과 치유

눈부신 안부 지은이: 백수린 1판 1쇄: 2023년 5월 24일 펴낸곳: (주)문학동네 는 백수린 작가가 등단 십이 년 만에 선보인 첫 장편소설이다. 도서관에서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은 푸른빛이 나는 표지가 마음에 들었고, '눈부신 안부'라는 제목이 여운에 남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리움으로 전해지는 누군가의 소식은 눈이 부시도록 반가운 아름다운 인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에 연재되었던 소설이었다. 2021년 봄부터 2022년 봄까지, '이토록 아름다운'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작품이다. 책이 출판될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제목을 바꿨으면 하는 얘기를 많이 했고, 그러다가 편집자와 상의를 한 후 지금의 제목인 '눈부신 안부'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도 독자의..

<떨림과 울림>,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이 책은 경향신문에 연재한 '김상욱의 물리공부'를 기초로 하고 있다. 다른 매체에 쓴 여러 글을 모아 녹여서 완전히 새로운 결과물을 탄생시켰다고 저자인 김상욱 교수는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물리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들을 소개하고, 그가 보는 물리의 모습을 인문학의 느낌으로 보여주고 있다. 군대에 가 있는 우리 아이는 인문학적 성향이 매우 강한 공대생이다. 입대하기 전까지 과외를 하면서 여러 명의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특히 많은 유학생들이 아들에게 물리수업을 받기를 원했다. 자신들이 희망하는 해외대학의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다른 과목과 함께 물리 시험에서 꼭 A+을 받아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과목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왜 많은 학부모들이 아들에게 물리 과외수업을 원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숲속의 현자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수업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대학졸업 후 3년 동안 여섯 나라를 돌면서 치열하게 일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던 저자는 어느 날 자신의 성공이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는 진정한 마음의 평온을 위해서는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퇴사를 하고 원룸을 얻은 후에 작은 식당에서 접시 닦는 일을 하고, 정신건강 상담 자원봉사자로도 일하며, 1년간 문학을 공부하기도 한다. 그리고는 더 넓은 세상을 탐색해 보기 위해 인도로 건너가 국제연합의 세계 식량계획을 집행하는 재무관리자로 일하게 된다. 인도에 머무는 일 년 동안 배낭을 메고 동남아시아 일대를 돌아다니기도 한다. 배낭여행 시 한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곧 헤어지게 되어 상심하게 된다. 의 저자인 비욘 나티코 린데..

<잔소리 없는 날>, 평범한 가족의 유쾌한 소동극

잔소리 없는 날 지은이: 안네마리 노르덴 그린이: 원유미 옮긴이: 배정희 펴낸곳: (주)푸른책들 초판 1쇄: 2004년 10월 20일 임프린트: 보물창고 단 하루만이라도 제 맘대로 하게 내버려 두셨으면 좋겠어요! 엄마 아빠 간섭 없이요! 그렇게 해서 주인공 푸셀은 월요일 딱 하루 동안, 하고 싶은 것은 뭐든 다 할 수 있는 '잔소리 없는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 어린이철학교육연구소 추천도서 알라딘 독자 선정 외국동화 분야 최고의 책 동화읽는가족 추천도서 해법독서논술교실 선정도서 SBS 독서퀴즈왕 추천도서 잔소리 없는 날, 줄거리 부모님이 지나치게 간섭한다고 생각하는 푸셀은 '단 하루라도 잔소리 없이 지내고 싶다'라고 말씀드린다. 덕분에 하루 동안의 자유를 허락받게 되고, 자유롭게..

소설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상처 받은 이들의 아픔을 위로해 주는 책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지은이: 마에카와 호마레 옮긴이: 이수은 초판 1쇄 발행: 2022년 10월 24일 펴낸곳: 라곰 전날의 술기운을 푸는 것은 해장술로, 운동으로 인한 근육통은 다시 운동으로,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부터 치유받는다고 했던가. 를 읽으면서 나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감정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것은 '죽음'이라는 문제에 대한 맞닥뜨림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을 보여주고 말하고 있는 그 책의 전달 방식이 나와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으로 멍든 마음은 역시 또 다른 책으로 치유될 수 있었다. 와 함께 빌려왔던 은 전자로 인한 어딘지 모르게 불편했던 나의 마음이 나도 모르게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 지은이 마에카와 호마레의 글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수은 옮..

<죽은 자의 집 청소>, 어느 특수청소부의 이야기

죽은 자의 집 청소 지은이: 김완 발행처: 김영사 1판 1쇄 발행: 2020. 5. 30 홀로 떠난 곳을 청소하며 책 를 세 번이나 도서관에서 빌려오고는 첫 장도 넘겨보지 않은 채 세 번이나 고스란히 반납했다. 그렇게 지난 연말부터 우리 집을 오가곤 했던 이 책을 나는 얼마 전 다시 대출하게 되었다. 그리고 반납일 하루 전날 밤에 책표지를 들여다보았다. '죽은 자의 집 청소'. 직설적인 이 제목이 이유 없이 반갑지 않았다. 가난해지면 필연적으로 더 고독해지는가? 빈궁해진 자에게는 가족조차 연락을 끊나보다. 옆집에서 풍기는 이상한 냄새를 의아하게 여긴 이웃의 신고로 주검은 뒤늦게 발견되고 경찰은 그제야 사망의 원인을 규명하고 유족을 찾아 나선다. 혼자 죽은 채 방치되는 사건이 늘어나 일찍이 사회적 반향을 ..

장기하 산문 <상관없는 거 아닌가?>, 보통의 다름을 받아들일 때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 라는 제목 때문에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오게 되었다. 책을 읽기도 전에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제목의 문장부호는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뀌어 있었다. 때로는 내 생각대로, 내 마음대로. 그러니까 '상관없는 거 아닌가!!!' 책표지 색상이 주황색인 것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색깔 중의 하나이다. 주황색이긴 하지만, 그냥 보통의 주황색이어서는 안 된다. 맑은 빛깔이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하여 가벼운 느낌은 아니다. 깊이가 있는 맑음이어야 하며, 형광색 이미지가 묻어나서도 안된다. 장기하의 책인 것도 그 이유였다. TV 방송에서 록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처음 보았을 때의 놀라움이 아직도 생생하다. 정확하게는 장기하보다는 그 옆에 있던 두 사람의 인상이 강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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