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필립 라킨 나무들이 잎을 꺼내고 있다.무언가 말하려는 듯이.새로 난 싹들이 긴장을 풀고 퍼져 나간다.그 푸르름에 어딘지 모르게 슬픔이 있다. 나무들은 다시 태어나는데우리는 늙기 때문일까? 아니다, 나무들도 죽는다.해마다 새로워 보이는 비결은나무의 나이테에 적혀 있다. 여전히 매년 오월이면 있는 힘껏무성해진 숲은 끊임없이 살랑거린다.작년은 죽었다고 나무들은 말하는 듯하다.새롭게 시작하라고. 새롭게, 새롭게. 필립 라킨은 죽음과 무, 허상과 실상, 생성과 소멸에 관한 시를 쓴 영국 시단이 낳은 가장 뛰어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옥스퍼드대학 영문과 수석 졸업 후 평생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시를 썼다고 하네요. 영국 계관시인으로 임명되었으나 대중 앞에 드러나는 것을 주저해 사양했고, 단 네 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