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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머 284

유치환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언제였던가. 중학교 시절, 아니면 고등..

이준관 구부러진 길, 마시멜로! 안녕!!

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아빠를 뵈러 시골에 다녀올 때면, 가끔씩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올라오고 싶을 때가 있다. 구불구불, 어느..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내 삶은 때론 행복했고 때론 불행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큼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 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구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요즘 결혼식이 많아 2주에 한 번씩은 결혼식장에 가는 것 같습니다. 금요일인 오늘 저녁에도 ..

건강하세요, 뚝딱! 행복하세요, 뚝딱!!

새해 인사 나태주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 예순 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를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 다시 삼백 예순 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무엇을 더 바라시겠습니까? 며칠 사이 소복이 내린 눈이 아이들을 즐겁게 해 준 것 같습니다. 조용했던 아파트 단지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쏟아져 나왔고, 놀이터에도 정원에도 개성 만점의 눈사람들이 어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디테일이 살아있는 도깨비 눈사람. 무심코 지나칠 때에는 그냥 평범한 ..

한용운 사랑하는 까닭,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루어 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OOO 여자친구입니다 :) 빼빼로데이를 맞이하여 작은 간식거리를 준비해 봤습니다. 슬슬 날씨가 추워지는데 모두들 건강 조심하세요. 오늘 출근을 하니 책상 위에 깜찍한 선물이 놓여 있었다. 얼마 전 입사한 우리 회사 막내의 여자친구가 정성스럽게 만든..

일 중독증과 번아웃 증후군

무기력증에 빠진 번아웃 증후군 오늘 대학후배가 사무실로 와서 점심을 같이 했는데요. 평소와는 다르게 얼굴에 표정이 없더라고요. 밥을 먹고 나서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시는데도 내내 기운도 없어 보이고 무기력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사실 후배는 그동안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매사에 집중하며 많은 성과를 거두면서 승승장구하던 친구인데요. 이러한 모습을 보니 '무슨 일이 생겼나'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후배가 하는 말이, 요즘 자신은 업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열정이 없고, 불면증과 과식 등 생활 패턴에도 변화가 있으며, 타인과의 교류도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습니다. 쳇바퀴처럼 매일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있는 일상에 대해 무기력증을 호소했습니다. 그 말을 듣..

류시화 슬픔이 그대를 부를 때, 다만 슬픔의 소유가 되지 말라

슬픔이 그대를 부를 때 류시화 슬픔이 그대를 부를 때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라 세상의 어떤 것에도 의지할 수 없을 때 그 슬픔에 기대라 저편 언덕처럼 슬픔이 그대를 손짓할 때 그 곳으로 돌아가라 세상의 어떤 의미에도 기댈 수 없을 때 저편 언덕으로 가라 그대 자신에게 기대라 슬픔을 의지하되 다만 슬픔의 소유가 되지 말라 여러분들의 마음은 지금 안녕하신가요?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마음이 우울한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어려웠던 팬데믹 시대도 잘 이겨냈는데, 어쩌면 지금이 그때보다도 더 힘든 것 같다는 말씀들을 많이들 하시네요. 이러한 우울한 기분을 포함하여 일상생활에서의 흥미 또는 즐거움의 상실, 식욕 저하, 불면증 또는 과다수면 등의 수면 장애, 피로 및 활력 감소, 집중력 저하, 소화불량, 체..

기후변화를 넘어선 기후위기, 기후재앙으로 인한 공포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많은 기상이변들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올해에만 해도 기록적인 폭염에 이어 짧은 시간 안에 쏟아지는 물 폭탄까지, 이제는 정말 기후변화라는 용어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기후위기가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심지어 기후재앙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많은 재앙들이 엄습해 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와 기후재앙까지, 지금 지구환경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최근 스위스 바셀대학교와 로잔대학교의 공동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인 에 알프스를 포함한 유럽 고산 지역의 식생 변화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1984년부터 2021년까지의 고해상도 위성 데이터로 수목한계선 위쪽 식생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77% 이상에서 식물이 늘어나고 있..

흰색, 그 쓸쓸함에 대하여

흰색은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색으로 여겨졌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백의민족'이라고 불려 왔다. 이는 무명으로 만든 흰옷을 즐겨 입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민족이 흰옷을 입는 전통은 매우 오래되었다. 중국의 사서 에는 부여시대부터 이미 우리 민족이 백의를 입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 다른 문헌에는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도 귀족을 제외한 일반 백성들이 흰옷을 주로 입었다고 나와 있다고 한다. 백의는 일반 백성뿐만 아니라 지체 높은 고관대적도 즐겨 입었던 옷이다. 백색 무명이 고려말에 전래된 이래, 조선인의 옷감은 대체로 토포라고 불리는 흰색 무명이나 삼베, 모시 등이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흰색만을 좋아한 것은 아니다. 정작 즐겨 입던 옷은 여러 가지 문양과 화려한 수가 놓인 의복이었..

이문재 농담, 정말 강한 아니면 진짜 외로운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11월의 첫날인 오늘, 여러분들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셨나요? 깊어가는 가을은 소소한 느낌들까지 모두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이문재 시인이 말한 것처럼, 여러분들은 '정말 강한' 아니면 '진짜 외로운', 그 둘 중의 어느 곳에 더 가깝게 서 계시나요? 이 가을에는 너무 강하지도 않고, 진짜 외롭지도 않은 그래서 마음만은 가난하지 않은, 우리 모두가 행복한 가을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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