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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머/짧은 만남, 긴 여운 34

꿈꾸는 백수, 전국백수연대 주덕한

꿈꾸는 백수 전국백수연대 주덕한 1998년 11월 12일, 신문과 라디오를 비롯한 모든 언론 매체에서는 이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 멘트는 한결같이 웃음으로 마무리되었다. 마치 어느 지면의 유머란을 지나친 듯. 그것은 우리나라의 백수가 일본 측 주선으로 도쿄 방문 일정에 올랐다는 내용이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전백련의 지킴이인 주덕한 씨. 그 소식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라는 모임을 잘 알고 있지 못했다. 일본에 다녀오셨으니, 이번에는 그들을 초청해야 되나요? 그렇지 않아도, '차기 회담장소 선정' 문제로 막판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했었죠. 제가 일본으로 떠날 때에는 보름치 용돈으로 단 6만 원 밖에 가져가지 않았어도 충분했어요. 왕복 항공권은 물론 모든 숙박 비용과 용돈까지 일본 측에서 부..

사진가 최광호, 그의 렌즈 속에서 부활하는 삶의 영상들

그의 렌즈 속에서 부활하는 삶의 영상들 사진가 최광호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그의 몸에서 카메라가 떨어져 있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마치 숨을 내쉬듯, 그는 셔터를 누른다. 모든 사고와 인식활동, 그리고 그 속에서 배어나는 가족사와 생활모습. 사진가 최광호의 사진은 곧 그의 삶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 때문에 최광호 사진가를 만난 것은 아주 오래전, 1998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에서였다. 그의 작업실로 향하는 길은 두 번의,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풍경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 깊지 않은 경사의 오르막길을 지나 어느 골목으로 접어들었을 때, 마치 하늘과 대면하려는 듯한 끝없는 돌계단. 하나, 둘, 셋~~ 조금의 가쁜 호흡이 동반되는 이 공간을 오르내리는 동안 사람들은 무..

세상 속으로 떠난 여행, 거리의 화가 김태연

세상 속으로 떠난 여행 거리의 화가, 김태연 그의 날개는 아직 접혀 있었다. 푸르른 창공을 향해 질주하는 화려한 비상만을 꿈꾸고 있었기 때문만은 결코 아니었다. 단지 새라는 이유만으로 부여된 똑같은 날갯짓. 그는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날 수 있다, 라는 이유만으로가 아닌 왜 날아야만 하는지에 대한 그 질문에 대해서. 어느덧 일 년 반. 하늘이 아닌 사람들의 세상 속으로 찾아든 작은 새 한 마리의 끝나지 않은 작은 전쟁. 스물여섯 살의 그의 젊음은 그렇게 길 위를 걷고 있었다. "그러나 젊은이~~~" "아닙니다." "글쎄, 이런 경우가~~~" 연세가 지긋한 어느 노신사 앞에서 한 젊은이가 예의를 갖춘 채, 무엇인가를 건네고 있었다. 한사코 뿌리치는 거절과 정중히 부탁드리는 그들의 실랑이가 계속되는 가운..

스물두 살의 비상(飛上), 스턴트우먼 홍남희

스물두 살의 비상(飛上) 스턴트우먼 홍남희 무표정한 눈동자가 온몸을 흥건히 젖힌 땀방울을 밀쳐내며 꿈을 꾸고 있었다. 더 높이 조금 더 멀리 세상을 향해 날개를 퍼덕이며 창공을 향해 날아오르는 젊은 열기. 도전이라는 이름 아래 스물두 살의 스턴트우먼 홍남희를 만났던 것은 2004년 크리스마스 무렵이었다. "OK! 바로 그거야!" 실오라기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 속에서 들려온 연출자의 한마디에 모든 스텝들의 숨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모두들 다음 촬영을 위해 장비를 챙기고 대본을 보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지만, 방금 건물 2층 높이에서 뛰어내린 젊은 스턴트우먼은 미동도 없이 고개만 푹 숙인 채 그대로 서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낮은 곳에서의 낙법조차 망설이게 만드는, 남몰래 숨겨온 고소공포증 때문..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서, 강원래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서 클론 강원래 저녁을 먹고 남편과 함께 한강을 바라보며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잔디밭에서 신나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에는 젊은 친구 두 명이 노래를 함께 부르며 그 그룹의 손동작까지 따라 하는 듯했다. 나와 남편도 어느 순간 똑같은 가사를 흥얼거리며 눈이 마주치자,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오래전에 만났던 그가 생각났다. 여전히 우리들의 기억 속에 그의 모습이 자리해 있다. 흥분된 마음으로 어깨를 들썩거렸던 지난날의 추억들과 함께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던 그날 이후의 아픔까지도. '꿍따리 샤바라'를 따라 불렀던 1996년 춤추는 멋진 모습의 클론을 사랑했던 것처럼, 지금도 그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 한다. 2004년 8월, KBS 신관 2층 커피숍에서 ..

나는 꼭 잡초 같아, 탤런트 전원주

나는 꼭 잡초 같아 탤런트 전원주 어제 외근을 나갔다가 회사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우연히 앞자리에 앉은 승객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친구인 듯한 두 명의 젊은 여인들은 무슨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자기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여러 패널들이 나와 토크쇼 형태의 프로그램인 그 방송에서 연기자 한 분이 너무 고집이 세고 꽉 막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너무 절약만 강요하는 그런 구두쇠 시어머니를 둔 며느리가 안됐다는 말도 했습니다. 제가 버스에서 내리기 전까지 거의 20여 분 동안 그들 대화의 주인공이었던 한 연기자는 정말로 나쁘고 또 나쁜,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정말로 이기적인 고집불통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차벨을 누르는 제 뒤에서 ..

그들의 180초, 이미 5라운드는 시작되고 있었다

그들의 180초, 이미 5라운드는 시작되고 있었다 의 챔피언들 오래전 잊고 지냈던 꿈 하나를, 나는 그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무표정한 침묵으로 온몸을 흥건히 젖신 땀방울을 밀쳐내는 그들의 눈동자가, 이제는 기억마저 희미해져 너무나 쉽게 무감각해버린 작은 희망들을 깨우고 있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그려가고 있는 그들의 목표는 비록 한 가지 색깔의 형상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그것은 또 다른 이름으로서의 자신감을 의미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아무도 눈여겨보아주지 않는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 그들 모두는 이라는 이 하나의 응결체 안에서 자신들의 작은 꿈들을 그렇게 잉태하고 있었던 것이다. 1994년 9월, 일본에서 열린 WBA. Jr. 밴텀급 세계 챔피언 결정전에 모인 1만 9천여 명의 ..

스무 살 거울 속의 삽화, 나쁜 영화 주인공 변상규 이재경

스무 살 거울 속의 삽화 주인공들 변상규, 이재경 굳이 그들을 만나고자 했던 고집에 대한 주위의 의아함에, 나는 별다른 할 말이 없었다. 그것은 아마도 나 또한 어떠한 구체적인 이유를 거론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장선우 감독의 를 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매스컴을 떠들썩거렸던 그들의 존재는 내 안에서 오랫동안 각인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그들을 떠올리게 된 것은 바로 이라는 한 권의 책을 통해서였다. 주위를 의식하지도 않고 웃음을 터트리며 그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나는 문득 그들을 만나고 싶어졌다. 나쁜 아이들이라는 수식어가 굳어진 영화 속의 그들을 보기 위함도 아니었고, 더욱이 그들이 그 후 어떻게 변화되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또한..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시인과 촌장 가시나무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시인과 촌장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라는 낯익은 가사가 길을 걷고 있는 저를 멈추게 합니다. 그 노래를 처음 듣게 된 것이 언제였는지 정확한 기억은 할 수 없었지만, 가끔씩 무의식적으로 그 구절을 읊조리고 있는 제 자신을 종종 발견하고는 했습니다. 여느 유행 가사와는 다른, 마치 세상과 멀리 떨어진 인적이 드문 조용한 성당에서 무릎을 꿇고 제 자신을 향해 행하는 고해성사처럼 그 가사는 이미 노래, 그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 말하지 못할 어떤 아픔을 업고 살아가기에 그 나무는 다른 사람들의 손길을 거부하며 온몸에 가시로 된 옷을 입고 있어야만 했을까요.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굴레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 가시나무를 지켜보는 숲의 ..

들리다, 듣게 한다, 그러나 듣는다 / DJ 배철수

어느 해, 어느 달 라는 주제로 연극배우 박정자, '옛 시인의 노래'를 부른 가수 한경애, 그리고 어릴 적 친구였던 삐삐의 성우 주희, 멀더와 스컬리의 성우 이규화와 서혜정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또 한 사람, 목소리 하면 빠질 수 없었던 사람이 있었지요. 바로 DJ로서의 배철수입니다. 그들의 목소리에 빠져들었고, 사랑하게 되었으며 그 카리스마에 마음이 저리기도 했습니다. 1999년, 아주 오래전에 만난 배철수 진행자와의 목소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들리다, 듣게 한다, 그러나 듣는다 DJ 배철수 하루에도 우리는 너무나 많은 목소리들에 취한 채 무심코 잠들곤 한다. 그 침묵의 짧은 휴면기 동안 그들은 자신들에게 스쳐간 수많은 울림들을 지워버리기 위해 고민하기도 하고, 때로는 냉정한 자정작용으로 삭제해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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