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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머 332

출장길 단상: 어쩌면 세상에서 진실로 두려운 것은

오늘 저녁은 풀 바셋에서 아이스 카페 라떼와 샌드위치를 먹었어요. 저는 새벽에 지방으로 출장을 왔다가 회의를 마치고, 이제 서울로 올라가는 SRT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랍니다. 새벽 첫 차를 타고 내려와 바로 회의에 참석하고 나니, 지금은 눈이 스르르 감기는 것 같아요. 늘 지방 출장길에 오를 때면 일이 아닌, 마치 여행을 떠나듯 신나는 마음가짐을 갖곤 했었는데요. 이제는 새벽에 떠나는 출장이 조금은 힘들게 느껴지곤 합니다. 지방으로 출장을 올 때마다 낯선 도시의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는 조금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커피를 마시는 동안, 저는 조금 더 부드럽고 여유 있는 시선으로 주위를 바라보게 되거든요. 그러면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제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의 표정과 무슨 일로..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오늘도 내일도 우리 모두 룰루랄라!!!

폐허 이후도종환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모든 것이 불타 버린 숲에서도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돌무더기에 덮여 메말라 버린 골짜기에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어 흘러간다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렸을 때부터 스누피를 좋아하던 저는 지난 주말에 서점에서 이 책을 보았습니다. 운동을 즐기는 우리의 친구, 페퍼민트 패티였어요. 찰리 브라운을 좋아하는 단발머리 소녀 패티도 "역시 인생은 쉽지 않구나"라고 말하고 있네요. 이 제목을 보고 나니, 문득 도종환 시인의 '폐허 이후'라는 시의 한..

랭 리아브 '별의 먼지', 사랑만이 우리가 가지고 가는 모든 것

별의 먼지랭 리아브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로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이름으로당신이 온다 해도나는 당신을 안다.몇 세기가 우리를 갈라놓는다 해도나는 당신을 느낄 수 있다.지상의 모래와 별의 먼지 사이 어딘가매번의 충돌과 생성을 통해당신과 나의 파동이 울려퍼지고 있기에. 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는소유했던 것들과 기억들을 두고 간다. 사랑만이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그것만이 한 생에서 다음 생으로우리가 가지고 가는 모든 것.  어느덧 벌써, 오늘이 6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이제 올해도 다음 달 7월을 시작으로 8월, 9월, 10월, 11월, 12월...... 여섯 장의 달력이 남아 있네요. 여러분 모두 행복한 6월의 마무리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크게 웃으시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법정..

함석헌 '그 사람을 가졌는가', 5월의 마지막 날에 이 시가 생각났습니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함석헌 만릿길 나서는 길처자를 내맡기며맘놓고 갈 만한 사람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마음이 외로울 때에도'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구명대 서로 사양하며"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저 하나 있으니" 하며방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러브 어페어(Love Affair..

박재화 '깨달음의 깨달음', 나의 깨달음은 대체 언제일까

깨달음의 깨달음박재화걸핏하면 무얼 깨달았다는 사람들 두렵다 무언가 알아냈다고 목청 높이는 사람들 무섭다 나는 깨달은 적이 없는데 어떡하면 깨달을 수 있을까 깨닫기로 말하면 대체 무엇을 깨닫지? 이것인 듯하다가 저것인 것 같은 생의 한복판에서 깨달음까진 몰라도 바람 흘러가는 쪽이나 좀 알았으면... 유난히 긴 밤 잠 못 들면서도 깨달음은 아니 오고 깨달음은 왜 나만 비켜갈까 나의 깨달음은 대체 언제일까 깨달음의 깨달음에 매달리는 밤... 세상만사, 정말 나의 깨달음은...... 언제쯤 성숙해갈까?깨달음의 깨달음에 매달리는 밤,벌써 오늘밤도 깊어 간다.  반식재상, 지금 나는?!!! 반식재상, 지금 나는?!!!당나라 6대 황제인 현종을 도와 당대 최성기인 '개원(開元)의 치(治)'를 연 재상은 요승이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진 양재웅 토크 콘서트: 어른으로 살아가는 법

세상에 치여 미처 자신을 돌보지 못한 당신을 위해요즘 나는 과천으로 출근을 하고 있는데, 퇴근 후에 함께 일하고 있는 부서 사람들과 같이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으로 향했다. 이번 모임은 지난달 말경에 약속된 것이었는데, 평상시에 유튜브 를 즐겨보고 있는 한 사무관이 과천에서 양브로의 토크 콘서트가 열린다면서 다 같이 가자고 했다.  4월 말에 사전접수가 있었는데, 발 빠른 사무관이 우리들 몫까지 전화로 수강신청을 끝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진 양재웅 형제는 방송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데, 나 또한 그들의 강의가 기대되었다. 이번 양브로의 토크 콘서트 제목은 '세상에 치여 미처 자신을 돌보지 못한 당신을 위해'였다. 나는 재작년에 처음으로 과천아카데미를 수강한 적이 있다. 그때도 사무관의 추천으로 김현..

우리는 어느 봄밤 다시 만날까요, 권대웅 시인의 '아득한 한 뼘'

아득한 한 뼘권대웅 멀리서 당신이 보고 있는 달과내가 바라보고 있는 달이 같으니우리는 한 동네지요이곳 속 저 꽃은하수를 건너가는 달팽이처럼달을 향해 내가 가고당신이 오고 있는 것이지요이 생 너머 저 생아득한 한 뼘이지요그리움은 오래되면 부푸는 것이어서먼 기억일수록 환해지고바라보는 만큼 가까워지는 것이지요꿈속에서 꿈을 꾸고 또 꿈을 꾸는 것처럼달 속에 달이 뜨고 또 떠서우리는 몇 생을 돌다가 와어느 봄밤 다시 만날까요  주말 아침, 밀렸던 집안일들을 하다 보니 어느덧 하루가 다 지나가버렸다.밤이 깊어 가는 시간이 되어서야, 커피 한 잔을 들고 창밖을 내다본다.이 봄밤, 너도 이제 떠나가는구나. 안녕, 내년 이맘때 반가운 마음으로 다시 만나자고 속삭여본다.  나만의 하루 규칙, 봄날의 만성피로 훨훨 날려버리..

새롭게 시작하라고, 새롭게, 새롭게!!!, 필립 라킨 나무들

나무들필립 라킨 나무들이 잎을 꺼내고 있다.무언가 말하려는 듯이.새로 난 싹들이 긴장을 풀고 퍼져 나간다.그 푸르름에 어딘지 모르게 슬픔이 있다. 나무들은 다시 태어나는데우리는 늙기 때문일까? 아니다, 나무들도 죽는다.해마다 새로워 보이는 비결은나무의 나이테에 적혀 있다. 여전히 매년 오월이면 있는 힘껏무성해진 숲은 끊임없이 살랑거린다.작년은 죽었다고 나무들은 말하는 듯하다.새롭게 시작하라고. 새롭게, 새롭게.  필립 라킨은 죽음과 무, 허상과 실상, 생성과 소멸에 관한 시를 쓴 영국 시단이 낳은 가장 뛰어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옥스퍼드대학 영문과 수석 졸업 후 평생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시를 썼다고 하네요. 영국 계관시인으로 임명되었으나 대중 앞에 드러나는 것을 주저해 사양했고, 단 네 권의 ..

이형기 낙화,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낙화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 맺는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섬세한 손길을 흔들며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내 영혼의 슬픈 눈.  꽃잎이 떨어지고,어김없이올 봄날도 떠나가고 있다. 봄이 떠난 빈 자리,남아 있는 사람들은길을 잃지 말아야 할 텐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가는 이의...  쇼팽의 녹턴(Nocturne), 피아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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