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그 모든 아름다움/음악 90

고독한 미국의 자존심,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고독한 미국의 자존심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Leonard Bernstein 연주의 포르테 부분에서 보여주는 그 유명한 레니립스. 약 30cm가량이나 허공으로 껑충껑충 뛰어오르는 화려한 제스처에,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경박한 펭귄'이라는 말로 그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리저리 꼬이는 어깨 밑으로 열광적인 원숭이 춤을 유도하는 경쾌한 스텝. 그리고 점잖은 연미복 사이를 들썩거리는 엉덩이의 강한 흔들림. 그때까지만 해도 다소 권위적인 인상으로 밖에 떠올릴 수 없었던 지휘자의 모습을, 굳이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지휘 스타일로 대중에게 한걸음 친숙한 클래식을 선사한 그의 이름은 바로 레너드 번스타인이다. 글 엄익순 공원에서의 무료 음악회를 통해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결국에는 텔레비전 속으로 오케..

꿈과 사랑을 선물하는 음악산타, 플루티스트 배재영

플루티스트 배재영 교수님을 뵌 것은 2012년 겨울의 길목에서였습니다. 유중아트센터에서 인터뷰와 촬영이 있은 이후에도 인연이 되어 사적으로 몇 번을 더 뵙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은 연주회장에서도, 제자들 앞에서도 언제나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기운을 전해주십니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 앞에서도 특유의 밝은 미소로 주위를 독려하시죠. 힘든 사항에 직면한 사람들을 만나면 어떻게 해서든지 도움이 되고자 관심을 기울이십니다. 실제로 뵈면 더 아름답고, 유쾌하고, 시원한 성격의 교수님은 매년 뜻깊은 공연을 준비하십니다. 몸이 불편하여 공연장에 오기 힘든 장애우 분들을 초대하여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신답니다. 저희 가족도 그 음악회에 가곤 하는데요. 그 어떤 음악회보다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

첫눈 내리는 날에는 이 음악, 1. 7. 2. 0

첫눈 내리는 날에는, 이 음악 어때요? GREATEST HITS OF 1. 7. 2. 0 오늘 서울에 첫눈이 내린다고 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밖을 둘러봤는데, 아무런 흔적이 없었습니다. 뉴스를 보니, 새벽에 진눈깨비가 휘날렸다고 하던데, 2020년 첫눈의 기억은 이렇게 마무리되나 봅니다. 뽀송뽀송 온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는 첫눈은 아니었어도, 음악을 들으며 올해의 첫눈을 추억하고자 합니다. GREATEST HITS OF 1.7.2.0은 1600년대에서 1750년 사이의 약 150년 동안 유럽 사회를 지배한 음악의 스타일 또는 그 시기의 유럽 음악을 지칭하는 아름다운 바로크 음악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단순한 멜로디에 덧붙인 반주부의 구성을 일정 패시지마다 동일한 형태의 것으로 반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영혼으로 교감된 완전한 위대함

영혼으로 교감된 완전한 위대함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Pablo Casals(1876. 12. 29~1973. 10. 23) 첼로의 성서라 일컬어지는 바흐의 은 바르셀로나 악보점에서 13세의 카잘스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다. 그로 인해 2백 년 동안의 침묵에서 깨어날 수 있었던 이 곡은 세상에 울려진, 그의 나이 25세가 될 때까지 12년 동안 매일 밤 카잘스와 함께 지새워졌다. 파블로 카잘스라는 마에스트로를 탄생시킨 바흐의 걸작. 그러나 그것은 바로 그의 영혼 안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카잘스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글 엄익순 "우리의 영혼으로 하는 거야." 자신의 너무나도 큰 업적들에 가리어져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실내악 연주자로서의 파블로 카잘스. 그는 지난 1905년 피아노의 알프레드 ..

우울하거나 쓸쓸할 때 위로가 되는, 케빈 컨의 선율

우울하거나 쓸쓸할 때 위로가 되는, 케빈 컨의 선율 SUMMER DAYDREAMS KEVIN KERN 연주자의 이름보다는 작품의 멜로디가 한층 낯익은 음악이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 뉴 에이지 음악, 이지 리스닝, 무드 팝스 등으로 불리는 이러한 용어들은 리차드 클레이더만 이래 우리나라에 열병처럼 번졌던 피아노 음악들을 일컫는 용어들입니다. 조지 윈스턴과 데이빗 랜드, 앙드레 가뇽과 유키 구라모토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은 왠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와 부합됨으로써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SUMMER DAYDREAMS는 그러한 피아니스트들의 연장 선상에 자리하고 있는 케빈 컨의 세 번째 앨범입니다. 단지 피아노 독주만이 아닌 바이올린과 첼로, 클라리넷과 프렌치 호른 등이 첨가되어..

더 큰 세상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발견과 도전, 뮤지컬 작곡가 이나오

벌써 아주 오래전 일이네요. 이나오 뮤지컬 작곡가를 만난 것이. 인터뷰와 사진 촬영이 있던 2013년 7월 그날은 어느 해보다도 정말로 매우 더웠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이나오 작곡가를 다시 만난 것은 한 달 후인 8월 30일 용산구의 콘서트 자리에서였습니다. 열정적인 배우들이 이나오 작곡가의 작품들을 직접 선보이는 가운데, 그녀가 만든 음악 안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우리 가족들을 더 큰 떨림과 울림으로 꼼짝 못 하게 만든 것은 바로 그녀의 피아노 연주였습니다. 지금도 남편과 아들은 그날의 이나오 작곡가의 피아노 연주와 피아노 앞에 앉은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종종 얘기합니다. 저는 물론 무덤덤한 두 남자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던 이나오 작곡가의 음악은 강렬하고 뜨겁지만..

삶과 사랑과 죽음에 대한 서사시, 레퀴엠

삶과 사랑과 죽음에 대한 서사시 REQUIEM 성악곡은 일반적으로 예술가곡과 오페라 같은 세속 음악과 미사곡, 칸타타, 레퀴엠, 모테트, 오라토리오 등과 같은 교회음악의 두 주류로 분류됩니다. 레퀴엠은 '죽은 자를 위한 미사곡'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의 안식을 기원하는 가톨릭 교회 의식의 음악을 일컫는데요. 레퀴엠의 템포는 곡의 엄숙함을 살리기에 충분할 만큼 다소 늦춰져 있고, 리듬 역시 조금은 무거운 편입니다. 그렇지만 경중의 딱딱함보다는 차분하면서도 진지하다는 잔잔함으로 전환되어 다가오죠. 작품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팀파니의 강주에 의해 오싹한 긴장감이 팽배되기도 하고, 때로는 고악기의 결이 거친 거리감을 표출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레퀴엠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도 그러한 엄숙함 속에서..

마리아 칼라스, 세계 성악사의 영원한 디바

세계 성악사의 영원한 디바 마리아 칼라스 "오페라에서 'B.C.'는 곧 칼라스 이전 시대를 의미한다."라는 말이 전해질만큼, 마리아 칼라스는 오페라의 신화 같은 존재이다. 많은 오페라 가수들에게 있어 영원한 동경의 대상이자,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도전이었으며, 끊임없는 호기심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마리아 칼라스(1923~1977). 오늘날까지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간직된 살아있는 프리마돈나임에 틀림없다. 글 엄익순 세계 성악사에서 두 번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마리아 칼라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8년 3월 예술의전당에 올려진 라는 공연을 통해서였다. 일류 음악가들이 지도하는 실기 수업을 일컫는 용어의 그 공연은 1996년 토니상 최우수 희곡상을 수상한 테렌스..

재즈보컬리스트 써니 킴, 노래가 풍경이 되다

재즈보컬리스트 써니 킴을 직접 만나보신다면, 아마도 그분의 매력에 금방이라도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그분의 목소리 안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세계가 그려져 있으니까요. 2016년 비가 내리던 7월, 조수정 한지그림갤러리에서 인터뷰와 사진 촬영이 진행되었는데요.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제 마음까지 청명해지는 기분이 든답니다. 이날 촬영 역시 STUDIO NOON 이준용 실장님이십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탐색, 노래가 풍경이 되다 재즈보컬리스트 써니 킴 재즈보컬리스트 써니 킴의 음악에는 결이 있다. 밀려오는 파도에 멍이 들어버린 바위섬의 아무렇지도 않은 태연한 표정이 스며있고, 아침이슬이 지쳐 잠든 풀숲을 가로지르는 한낮의 바람소리도 묻어난다. 잔잔한 호수에 수줍게 내려앉는 햇살을 따라 흐르는 노부부의..

클래식 기타리스트 장대건, 행복한 연주가가 되는 길을 만나다

어제 안드레스 세고비아의 원고를 올리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분이 있습니다. 2014년 현대음악 4월호에 소개된 장대건 클래식 기타리스트입니다. 인터뷰와 사진 촬영은 날씨 좋은 3월 21일 예술의전당에서 있었는데요. 잔잔하게 들려주신 선생님의 음악적 철학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기타에 대한 열정으로 홀로서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장대건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신만의 꿈이 있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크고 작은 소망들. 어린시절 장대건의 꿈은 기타리스트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기타를 연주하는 것이 좋았고, 음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행복했을 뿐이다. 그렇게 기타에 대한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낸 지금, 그는 세계 최고의 클래식 기타리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글 엄익순 기타를 통해서 음악을..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