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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아름다움 185

안도현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 연탄 한 장 너에게 묻는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지은이: 안도현 펴낸곳: (주)문학동네 1판1쇄: 1994년 2월 21일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연탄 한 장 또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김연수 소설 <이토록 평범한 미래>, 기억과 시간에 대한 회상

이토록 평범한 미래 지은이: 김연수 문학동네 소설집 1판 1쇄: 2022년 10월 7일 김연수 작가의 를 읽고 난 후, 이 책이 (2013) 이후 9년 만에 발표한 그의 신작 소설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보문고에서 실시한 소설가 50인이 꼽은 올해의 소설에 선정된 작품이라는 수식어도 붙어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가지는 못했던 것 같다. 는 모두 8편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문학동네 소설집인데, 한 편의 단편을 읽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문장에서 문장으로 넘어갈 때마다 무엇인가 발목을 잡는 장애물에 걸린 듯 읽는 속도가 늦춰졌다. 결국 도서관에서 빌려 온 이 책은 일주일이라는 대출기간에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반납을 하고, 한동안 나의 머릿속에서 잊혔다가는 그래도 끝은 봐야..

사랑을 담아(IN LOVE), 알츠하이머병 남편이 선택한 이별을 향한 여정

사랑을 담아(IN LOVE) 지은이: 에이미 블룸 옮긴이: 신혜빈 1판 1쇄: 2023년 7월 10일 펴낸곳: (주)문학동네 에이미 블룸의 이 책은 선정 2022 최고의 논픽션 1위에 선정되었다.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삶의 마지막 순간이 어떨지 고민하며 걱정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책"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는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고 아직 온전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때 스스로 삶을 떠나기로 결정한 남편과 곁에서 그를 돕는 아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행자살을 지원하는 스위스의 비영리기관 디그니타스를 향해 부부가 취리히로 떠나는 여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이 책의 남편과 같은 결정을 내렸을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혹은 내 자신이 그런 결정을 내리게 ..

잉글리쉬 페이션트, 아픈 기억 속에 영원히 잠든 단 하나의 사랑

'그 무엇도 막을 수 없었던 전 세계가 인정한 영원의 러브스토리'라는 수식어가 동반되는 영화 는 1997년에 개봉된 작품이다. 감독은 와 등의 작품으로 우리들에게도 잘 알려진 앤서니 밍겔라이다. 잉글리쉬 페이션트 감독: 앤서니 밍겔라 각본: 앤서니 밍겔라 개봉: 1997년 원작: 마이클 온다체의 소설 음악감독: 가브리엘 야레 영국과 미국의 합작 영화 서사 로맨스 전쟁 드라마 영화 청소년 관람불가 출연: 레이프 파인스(라슬로 알마시),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캐서린 클리프턴), 윌럼 더포(데이비드 카라바조), 쥘리에트 비노슈(한나), 콜린 퍼스(제프리 클리프턴) 는 캐나다 작가 마이클 온다체가 쓴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그는 이 소설로 영국의 맨부커상을 받았다. 앤서니 밍겔라 감독은 이 소설에..

이어령 정말 그럴 때가, 정말 그런 날에는 슈베르트 세레나데를

정말 그럴 때가 이어령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누가 "괜찮니"라고 말을 걸어도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노엽고 외로운 때가 있을 겁니다. 내 신발 옆에 벗어놓았던 작은 신발들 내 편지봉투에 적은 수신인들의 이름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이던 말소리들은 지금 모두 다 어디 있는가. 아니 정말 그런 것들이 있기라도 했었는가. 그런 때에는 연필 한 자루 잘 깎아 글을 씁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손톱에 대하여 문득 발견한 묵은 흉터에 대하여 떨어진 단추에 대하여 빗방울에 대하여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정말 그럴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어..

<한성이 서울에게>, 비룡소 역사동화상 대상 수상작

한성이 서울에게 제2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대상 수상작 지은이 이현지 발행일 2023년 6월 12일 출판사 비룡소 는 제2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대상 수상작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유물의 의미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역사동화로서 자칫 딱딱하게 전개될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을 추리와 비밀, 그 가운데 땅속을 오가며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모험으로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먼저 세상을 떠난 오빠와 귀여운 백제의 귀신 성이가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었던 희생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과정 역시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과거 백제한성이 위치했던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서 지형적 영감을 받아 이야기를 써내려갔다는 지은이 이현지는 사회 수업에 열과 성을 다하는 초등학교 교사이자 박..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수많은 관계 속의 개인에 대하여

나의 결핍을 안고서 그것을 너무 미워하지도, 너무 가여워하지도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슬프면 슬프다는 것을 알고 화가 나면 화가 난다는 것을 알고 사랑하면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 나를 계속 지켜보는 일. 최은영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자신이 지금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중인 것 같다는 말을 한다. "더 진실하기를, 더 치열하기를, 더 용기 있기를" 말하고 있는 그녀의 를 읽으면서, 나는 작가의 말에서 언급한 저 문장이 최은영 작가가 독자에게 건네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학동네)는 각종 잡지에 발표했던 최은영 작가의 중단편 작품 7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정부의 과잉 진압으로 참사가 일어난 용산을 배경으로 한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비롯하여 교지 편집부 활..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고독과 두려움에 대한 침묵

오래전에 읽었던 다자이 오사무의 을 며칠 전 도서관에서 집으로 데려왔다. 사실 이 책을 한 번 읽고 난 이후에 다시 들춰볼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 당시 내가 처음 을 읽었을 때에 느꼈던 다자이 오사무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묘한 불안함은 내게 썩 개운한 잔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죽기로 결심했습니다"라는 책 속의 문장 하나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 역시 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압도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나는 다자이 오사무의 을 대출해 왔다. 사서 선생님께서 마침 새책이 들어왔다면서 정리를 하고 계셨는데, 책들 사이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인간 실격'이라는 글씨를 미처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인간 실격 지은이: 다자이 오사무 ..

심리 수업 책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내 감정의 주인이 되는 길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지은이: 레몬심리 초판 1쇄 인쇄: 2020년 6월 30일 발행처: (주)웅진씽크빅 *레몬심리: 중국의 대표적인 상담 플랫폼으로, 전문가에게 손쉽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창구로 유명해졌다. 모바일 앱을 통해 전문가 상담, 심리학 강연, 심리 테스트 등 다양한 채널을 제공하며 심리 상담의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평을 듣는다. 기분에 끌려다니고 싶지 않거나, 남의 감정에 상처받고 싶지 않거나, 감정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에 지쳐 있는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고 말하고 있는 이 책 는 기분에 조종당하고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들에게 감정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목차만 봐도, 이 책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소개되고 있는 내용들 역시 우리들..

백수린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 상처 난 기억과 그리움에 대한 위안과 치유

눈부신 안부 지은이: 백수린 1판 1쇄: 2023년 5월 24일 펴낸곳: (주)문학동네 는 백수린 작가가 등단 십이 년 만에 선보인 첫 장편소설이다. 도서관에서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은 푸른빛이 나는 표지가 마음에 들었고, '눈부신 안부'라는 제목이 여운에 남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리움으로 전해지는 누군가의 소식은 눈이 부시도록 반가운 아름다운 인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에 연재되었던 소설이었다. 2021년 봄부터 2022년 봄까지, '이토록 아름다운'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작품이다. 책이 출판될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제목을 바꿨으면 하는 얘기를 많이 했고, 그러다가 편집자와 상의를 한 후 지금의 제목인 '눈부신 안부'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도 독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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